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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 물

평화 강명옥 2007. 10. 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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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의 호텔 시설에 대해 한숨을 쉬었는데 지방에 내려와서는 오히려 물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닥에 파리가 몇 마리씩 죽어 있는 것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바라보고 옷장이 없어 옷을 걸지 못하는 것도 하루 지나니 별로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수도꼭지의 물이 졸졸 나오는 것도 당장 바깥에서는 흙탕물을 떠다먹고 그 물로 빨래하고 산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감사하게 쓸 수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밤새 염소우는 소리, 새벽에 닭 우는 소리, 자지 않고 두런거리는 동네 사람들 이야기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차라리 자장가처럼 여겨졌다. 문이 잘 잠겨지지 않고 또 잘 열리지 않아 들고날 때 문을 쾅쾅 닫고 힘을 주어 열쇠를 돌리느라 힘들어도 잠기니 얼마나 다행이랴 싶었다. 이 호텔이 이 지방에서 연지 이제 일년밖에 안된 제일 호화스러운 호텔이라 깨끗하다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조건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들어가는 에티오피아의 1인당 1년 GDP는 125달러라고 한다. 한달 소득이 11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달러를 1000원으로 쳐도 1100원이다. 무엇을 누리며 살 수 있겠는지 한숨만 나오는 금액이다. 그러니 땅은 우리나라의 10배 크기이고 인구는 7천7백만으로 두 배 가까이 되는 이 나라에서 행정 능력이 미치지 못해 굶어 죽어가는 수도 상당히 된다고 한다.


커다란 대로를 따라 내려온 농촌 지방은 겉으로는 무척 평화롭게 보였다. 넓은 들판과 잘 갈아진 밭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소, 양, 말, 당나귀들, 그 동물들을 돌보는 어린 목동들, 드문드문 그림처럼 보이는 초가집,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구름...


대부분의 땅이 국유지이고 정부가 농부들에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분배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무척 크고 한번 잡은 자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놓지 않는다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몇 십 년 차지해온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해 오랜 동안 행정상 나이가 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그나마 우리가 돌아본 농촌은 그런대로 사는 축에 드는 농촌이라고 하니 더 먼 지방, 교통이 불편한 지방은 어떤 정도일까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 어쩐 지 샤워를 하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아 고작 손 씻고 양치하는 것으로 만족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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