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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비아 한국대사의 편지 (리비아소식지 제52호)

평화 강명옥 2011. 11. 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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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리비아소식지를 받고 있습니다.

한창 어지러운 현지의 생생한 소식과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까지 알게되면서 진정 소통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쟁과 분쟁이 있는 곳에 평화와 평안이 회복되기 바랍니다.

 

주리비아 한국대사의 편지 (리비아소식지 제52호)

 

안녕하세요. 조대식입니다. 두 번째로 인사드립니다. 지난번 이메일을 의아하게 생각한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왜 나에게 ? 하는 질문에 대해 좀 더 설명 드릴까 합니다. 지난번 추가된 그룹중 중동.아프리카관련 교수, 중동지역 특파원, 외교부 출입기자단까지는 그래도 이해가 갈 것입니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과 개발관련 시민단체, 문화교류단체, 지방자치단체등에 이르면 의문이 들것입니다.

 

여기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은 기업과 시민사회까지 외교활동의 주체로 포함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봅니다. 지난주 저는 이번 내전의 최대격전지인 미수라타를 다녀왔습니다. 카다피에 가장 격렬히 저항한 이 도시는 3개월간 정부군에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리비아 제3의 도시인 이곳은 인구 60만중 사망자 1,400명, 부상자 1만명이 나온 곳입니다. 시정부와 치안사령관을 만나보니 가장 시급한 것이 부상자치료를 위한 의료장비, 시외곽의 지뢰 제거, 내전과정에서 주민들의 정신적 외상치료라 합니다.

 

이 경우 전통적인 외교활동을 조금 거칠게 단순화하면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일단 본국정부에 이런 상황을 보고합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미래 재건시장진출을 위한 투자차원에서도 미스라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붙여 본국정부가 의료장비와 지뢰제거를 지원해줄 것 요청하는 건의를 합니다. 건의 결과 본국에서 지원결정이 되면 시정부에 지원품목을 전달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통보해주면 완결됩니다.

 

그러나 제가 꿈꾸는 것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는 것입니다. 본국 건의까지는 동일합니다. 본국정부는 통상적으로 중앙정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여부만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 역량은 활용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 나머지 역량을 동원하고 결집하는 콘트롤 타워를 대사관이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됩니다. 이 건의에 대해 본국 중앙정부에서는 지뢰제거 분야만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면 빠진 것은 의료장비와 부상자 치료입니다. 대사관은 진출기업, 한국의 인도적 지원과 개발분야를 다루는 NGO와 시민사회, 병원, 지방자치단체등을 수소문하여 이러한 분야에 지원을 희망하는 단체, 기업, 개인을 물색합니다.

 

어떤 진출기업은 한국으로 후송하여 치료하는데 필요한 몇 명의 항공료를 부담합니다. 미수라타에 무역사절단을 보내려고 하는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 시립병원에서 치료비용을 담당합니다. 병원에 간 리비아인의 말이 안통해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중동지역학을 하는 한 교수는 이를 보고 학교의 아랍어과 학생중 자원자를 몇 명 모집해 하루에 3시간씩 통역 자원봉사를 지원합니다. 인도적 지원을 담당하는 NGO는 한국 병원에서 후송되어 치료하는 동안 리비아인의 정신적 외상치료를 하는 의사를 ?아 도와줍니다. 어떤 언론인은 이런 것을 보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한발짝 먼저 이룬 우리가 이제 출발점에 서있는 리비아를 지원하고 격려해야하는 이유를 방송을 통해 소개합니다. 어떤 단체는 이러한 보도를 보고 리비아에 단기 의료지원단을 모집하여 보냅니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삼형제입니다. 천리밖을 보는 망원경, 하늘을 나는 양탄자, 사람을 살리는 사과를 가진 삼형제가 서로 자기가 가진 것을 단계별로 사용해가면서 먼나라의 아픈 공주를 치료하듯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파도처럼 모자이크를 완성해 갑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번 말씀드린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인 공공외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3대축인 국가, 기업, 시민사회가 모두 외교활동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측면에 주목하면 총력외교라는 말로도 표현합니다. 또 우리가 활용하는 수단이 과거에 쓰던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리비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소프트 파워 자원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복합외교 또는 소프트파워 외교라고도 부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이런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허브와 같은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이런 플랫폼 기능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 단계에서는 우선 이 소식지를 중심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소식지의 성격이 일방적인 정보제공에서 쌍방향의 허브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내용과 형식도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이제 의문이 생깁니다. 취지가 참 좋기는 한데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가진 대사관이 과연 그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 대사관은 그렇다 치고 이익창출이 최고의 가치인 기업이 과연 ? 나아가 시민사회까지 ? 지구촌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나라(지구촌에서 다 살지는 않았으니 이 말은 과장이군요. 제가 살아온 7개국중 가장 경쟁적인 나라로 수정합니다^^) 학생은 스펙쌓기에 만도 시간이 없어 절박하고, 직장인은 각자 살아남기에만도 바쁜 이런 현실속에서 시민사회까지 이런 일에 주체로 참여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이것은 오랫동안 제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구름위에서 구상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기 때문입니다.

 

대사관의 경우 전통적인 일중에서 환경변화로 이미 부가가치가 없어진 일을 제거해나가면서 그 시간을 이러한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시민사회의 경우 돈을 많이 가진 사람, 시간이 충분한 사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유복한 환경의 사람만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본부 국장시절 시민사회와 다른 부문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분들을... 88만원 세대라고 부르는 학생조차도 뜻만 있으면 몇시간의 시간을 내서 이런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 여유가 없어도,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 일수록, 돈이 없어도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런 편지를 쓸 힘을 얻은 것은 이런 역설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읽기도 힘든 긴 편지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집에와서 늦게까지 쓰느라고 힘들었습니다. 시계가 11시 반을 넘어서서 저도 자러갑니다^^)

 

2011.10.31(월) 트리폴리에서 조대식 드림 (dsjo84@mofat.go.kr , Facebook ID: Daeshik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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