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사진 (10) 1992년 필리핀 봉사활동
1992년 드디어 교회에서 해외봉사활동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름에 떠나기 몇 달 전부터 토요일에 따갈로그어도 배우고 해외선교와 봉사활동에 대한 교육을 하였습니다.
첫 교육을 받는 토요일, 고민하다가 발길이 교회로 간 것이 아니라 시간나면 들르는 종로서적으로 향했습니다.
그해 국가에서 공무원 및 정부산하기관 직원들의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던 때라 가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종로서적에서 책을 꺼내어 막 읽으려는데 누군가 반가와 하며 불렀습니다.
“집사님, 여긴 웬일이세요? 오늘 해외봉사 교육 받으러 가실거지요?”
돌아보니 가깝게 지내는 교회 집사님이 아이들과 함께 온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오늘 여기 오고 싶었네요. 저희 가족 항상 교보문고 가거든요.”
집사님의 그 두 마디에 대답 한마디 못하고 함께 교회에 교육받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을 때 해외봉사에 대한 소명서를 제출하고 봉사활동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떠난 필리핀 해외봉사는 평생 의사를 만나보지 못했다는 탄광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어찌나 사람들이 밀려오든지 진료파트, 약국파트, 아동파트 할 것 없이 모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못하고 일을 했습니다.
점심은 잠깐 짬을 내서 10분 안에 먹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본래 맡은 일은 약국팀에서 약봉지 싸는 것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에게 약을 나눠주며 복용 방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혼자서 종일 말을 하다 보니 그만 목이 가버려서 나중에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 무척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지방으로 비전트립을 오신 목사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활동을 끝낼 수가 있었습니다.
종일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던 그 때 그 시절 정말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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