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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문상객

평화 강명옥 2005. 10. 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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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모임의 한 친구의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문상을 다녀왔다. 

 

대학 졸업 후 가까운 동창들 5명이 매달 모이는 모임이 23년여의 세월을 더해오는 동안 어느 덧 20명이 넘었다. 매달 다 모이지는 못하고 사정이 있는 친구들 몇이 돌아가면서 빠지기는 하나 거르지 않고 모임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좋은 일을 서로 나누고 특히 이번 경우처럼 상이 있을 때에는 되도록 다 참여를 하여왔다.

 

조문 장소가 서울일 경우에는 보통 저녁에 시간을 정해서 만나 함께 갔는데 이번에는 지역이 분당이다 보니 지리에 서툰 친구들이 오전에 만나 일차 문상을 하고 다른 친구들은 저녁에 따로 모여서 조문을 하였다. 특히 우리들 나이가 나이인지라 양가 부모님들이 병환에 계시거나 이번처럼 환절기가 되면 상을 당하는 친구들이 있다.          

 

상가에 도착해 조문을 하고 나오면서 우리 모임에서 보낸 화환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내 경우도 작년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친구들이 화환을 보냈는데 그 때 여러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남편과 형제들의 지인들이 많은 화환을 보내고 조문을 왔던 데 비하여 사회활동을 많이 했다고는 하나 현직에 있지 않은 내 앞으로 온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특히 지방이다 보니 남편의 경우 대부분 서울에서 친구들과 지인들이 시간을 내어 직접 조문을 하러 온 데 비하여 내 경우는 대학원 동문 한 명이 왔을 뿐이었다. 물론 교회에서 많이 오셨고 남편과 내가 공동으로 아는 전 직장 동료들도 상당히 많이 오셨다는 것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아는 경우를 생각했을 때 그랬다.  

 

동창회 모임이 활성화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모임 결성 및 참여가 비교적 덜 하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로서는 작년에 정말 그 차이를 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남편의 경우 몇 친구에게 연락하면서 서로 전달이 잘 되었지만 나는 막상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알리는 것이 많이 망설여졌고 평소 서로 문상을 다니던 대학 동창모임에만 알리고 대학원 동문의 경우 총무에게 알리는 정도였고 그것도 발인 전날에 알렸으니 사실 지방으로 찾아올 시간이 없었기는 했다. 막상 일이 닥치니 개인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 내게 집안 상이 있을 때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는 생각이 났고 요 근래 동창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았었던 것이 걸려 더욱 그랬다. 내게 오는 조문객이 적다는 것은 내가 조문을 하러 간 것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문을 하고 나오면서 친구들이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보통 가정주부인 경우 며느리 조문객이 거의 없다는 것 특히 화환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우리 모임에서 화환을 보내고 여러 친구들이 조문을 하는 것이 상당히 낯을 내게 해주었다는 것에 다 동의를 하였다. 그것은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는'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임에도 그리고 화환의 경우 정말 큰 낭비인줄 보내는 측이나 받는 측이나 다 잘 알고 있음에도 관습과 체면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다시 하게되었다.

 

It's better to give others a piece of your heart than a piece of your mind.
 다른 사람을 걱정해 주느니 보다는 애정을 주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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