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을 포함한 보건소 건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서 아디스아바바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아셀라를 방문하였다. 아셀라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주인 오모리아 주 옆에 있는 아르시주의 수도도시이다.
비교적 북적거리는 아디스아바바를 떠난 길은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였고 차가 별로 없어서 속도를 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도로 옆은 너른 밭과 구릉으로 소가 쟁기를 메고 밭을 매는 한가한 풍경이었다.
도로에는 가끔씩 짐이나 물통을 멘 당나귀가 지나가고 소들이 한가하게 길을 건너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집으로 보이는 원형스타일의 초가집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가끔은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도 꽤 보였다.
지방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정말 목가적이고 한가한 농촌 풍경이었다. 가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를 통과할 때면 어디가 자동차 도로이고 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무척 활발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가는 길에 보았던 넓은 밭들에 대한 인상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단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 지방 출신의 육상선수가 상금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아살라 데라추(Assala-Derartu)호텔이었다. 문을 연지 얼마 안 되어 무척 깨끗하고 이 지방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라고 하였다.
방에는 침대하나와 4단짜리 서랍장,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전화기가 올려져 있는 작은 보조탁자가 전부였다. 옷장이 없어서 옷을 걸어놓을 수도 없었는데 그래도 이만하면 잠은 자겠다 싶었다. 베란다는 바로 밖에서 들어올 수 있는 길가여서 꼬마들의 떠드는 소리까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작은 욕실에는 세면기에 역시 제대로 된 크기의 비누가 놓여있었고 욕조가 없이 샤워기가 달려있었다.
동네에서 이 호텔은 가장 호화로운(?) 건물이었고 그 옆에는 이 도시에서 해외차관을 들여와 도로 포장과 새로운 건물을 짓느라 한창 건설 붐이 일고 있다는데 그래서인가 무척 활기차고 무엇인가 발전하는 분위기가 보였다.
여행을 왔다면 이런 지방 도시에 올 일이 없었을 것이고 현지 주민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콘센트가 있어서 노트북을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책상이 없어 노트북은 침대위에 놓고 의자를 침대 옆에 놓고 앉아 엎드리다시피 해서 썼다.
무엇인가 이 나라 사람들의 건강의 질을 높이고 보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프로젝트가 적절한 것인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또 지방의 현실을 직접 보고 들을 필요가 있었다.
주의 중심도시인 아셀라에서 훨씬 단위가 적은 에토사(면)의 보건시설과 주민들을 만날 계획이 되어 있는데 과연 어떨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 첫 날이었다.
'에티오피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세레머니와 말카(에티오피아 전통음식) (0) | 2007.10.06 |
---|---|
에티오피아의 풍경 (사진) (0) | 2007.10.05 |
아프리카의 꽃3 (사진) (0) | 2007.10.05 |
아프리카의 꽃2 (사진) (0) | 2007.10.05 |
아프리카의 꽃1 (사진) (0) | 2007.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