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이야기

아디스아바바 첫 날

평화 강명옥 2007. 10. 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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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피아 항공기에는 서너 사람의 백인들과 유일한 동양인인 나를 빼고는 승무원부터 대부분의 승객 모두가 흑인들이었다. 졸면서 깨면서 네 시간을 비행한 끝에 도착한 아디스아바바의 인상은 ‘그린’이었다. 비행기가 하강하면서 보여지는 아디스 아바바는 도시 전체가 나무로 덮여 있었으며 중간 중간 집들이 들어선 모습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자를 발급받는데 줄이 그리 길지 않은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고 암만공항과는 달리 비자수수료 20달러를 달러로 받았다. 긴 여정을 거쳐 도착한 아디스아바바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공항 문을 나섰다. 


도착하고 나서 이번 조사에 함께 참여한 전문가, 그리고 현지 관련자와 함께 점심을 하러 가는데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유일한 한국식당이었다. <Rainbow>는 5년 전 왔다는 여주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유명음식점이라고 하였다.


메뉴는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있었는데 우리는 순두부와 육개장을 시켜서 먹었다. 아디스아바바에는 배추가 자라고 고추도 태양초 고추 맛이 나서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일주일 만에 먹어보는 한국음식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만들었음에도 한국음식 그 자체로 맛이 있었다. 콩자반, 양배추절임 등의 반찬과 함께 맛있게 먹은 뒤 한국처럼 그냥 제공하는 커피가 주전자에 가득 담겨 나왔고 몇 번이나 리필을 하며 마실 수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설탕만 주어질 뿐 크림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음식점 문을 닫을 시간이란다. 여기 풍속은 점심 먹고 문 닫고 다시 준비해서 저녁 시간에 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나라마다 풍속이 다르니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를 수밖에...그래서 때를 놓치면 음식을 사먹을 수 없다고 한다. 24시간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음식점 바로 옆이 시장이었다. 시장 규모라야 작은 상점들이 죽 들어서 있는 정도였고 가게 품목도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과일가게, 옷가게, 닭 파는 가게...과일은 저울로 무게를 달아 팔았다. 몸이 성치 않은 아이들이 헬로우를 외치며 졸졸 따라다녔는데 돈을 주면 안 된다고 하였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최빈국 에티오피아이의 현실을 체험하며 돌아오는 길에 아디스아바바의 압구정동이라는 중앙통길을 지났다. 높은 건물이 없어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디스아바바,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나라, 버려진 아이들을 어느 날 트럭을 동원하여 멀리 내다버린다는 나라, 그러면 며칠이고 걸어서 다시 돌아온다는 아이들, 커서는 자연스럽게 도둑이 되어버린다는 아이들...


길가에서 보이는 몇 층 높이의 아파트들이 보였는데 대체로 공무원들에게 준다고 한다. 공무원이 되는 것과 못되는 인생의 차이가 하늘과 땅 같다는 나라, 공무원만이 모든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있다는 나라, 같은 경비원이라도 학력에 따라 월급이 달라 학구열이 높다는 나라.


도착한 첫날 에티오피아는 기도부터 하게 만드는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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