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예쁘게 죽고 싶어!

평화 강명옥 2007. 12. 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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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자 본격적으로 송년모임 소식들이 들려온다.


12월 첫 날, 첫 번째 송년모임이 있었다. 건강을 생각해서 오리집에서 만났는데 몇 달 전 청계산 등산을 갔을 때 참석했던 얼굴들을 제외하면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었다.


반갑게 악수들을 하고 “바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소녀(?)같다”는 덕담을 듣고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나이 들어가며 “여전하다”“왜 그렇게 젊은가”“10년 전 모습 그대로다”라는 서로를 위하는 덕담이 전혀 싫지 않은 것 역시 나이 들어서인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주변의 어르신들 이야기가 나오고 각자의 경험이 나오고 그러는데 누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정말 예쁘게 죽고 싶어!”


그 말에 거부감 보다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의술의 발달로 끝까지 환자와 가족들 모두가 고생했다는 이야기 끝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로서는 벌써부터 나이 드신 권사님들로부터 하늘나라 갈 때 평안한 모습으로 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더 공감이 갔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얼굴에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속속들이 사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가끔씩 만날 때마다 잘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 이야기부터 뭔가 계속 시끄러운 선거 이야기까지 종횡무진(?) 화제를 달리하며 즐거운 시간이 갔다.


1차 모임이 끝난 후 우리가 2차 모임으로 간 곳은 오리집 옆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거의 손님이 없는 커피숍에 작은 탁자를 일렬로 하여 죽 앉아있자니 완전 미팅 모양새였다. 그러다가 각 부부들이 만난 사연들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을 하며 내내 웃었다. 그렇게 웃다가 종업원들로부터 ‘조금 조용히 해 달라’는 주의를 들었다.


볕이 따뜻해지는 어느 봄날 등산을 가기로 하고 송년모임을 마쳤다.

아직은 모두가 예쁘게 죽기를 생각하기 보다는 예쁘게 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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