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행사

당신도 평일 낮 12시에 보신각종을 12번 칠 수 있다

평화 강명옥 2008. 11. 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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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낮 12시면 종로 일대에 보신각 종소리가 퍼져 나간다.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에서는 그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묘한 감동을 주곤 한다.


점심시간 무렵 종각 옆에 갈 일이 있어 지나치는데 종각 앞에 수문장 차림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어, 뭔 행사하나봐...12시라 종치는 행사 하는가 봐요.”


그러면서 종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잘 생긴 총각이 말을 걸었다.


“지금 종 치려는데 올라가보셔도 됩니다.”

“어! 그래도 되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보신각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저 총각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하며 기억을 더듬으며 올라갔다. 

종 옆에는 수문장과 일반 시민 몇 명이 종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역시 잘 생긴 총각이 자신이 시청의 문화재과 주임이라고 소개하며 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무게가 19톤이 넘는다는 이야기부터 원래 종은 보존되어 있고 지금 종은 1985년에 새로 만든 것이라며...


시간이 되자 카운트다운을 하고 종을 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12번 종을 치는 동안 종에 대해 들었는데 종에는 원래 종과는 달리 태극무늬가 들어갔으며 종 상부에 4괘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종 밑에는 소리가 종 안에서 부딪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명동’이라 불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움푹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종이 1층에 있을 경우에는 종 밑에 항아리를 둔다는 이야기까지.


종을 다 치고 나자 종을 친 시민들과 수문장들이 기념촬영을 하였다.

알고 보니 시민들은 일본인 관광객들이었는데, 관광 왔다가 종각에서 종을 치고 기념촬영까지 한 것에 대해 매우 좋아하였다.

더불어 우리도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나오는데 종에 대해 설명했던 주임이 친절하게 안내하였다.


“종을 치고 싶으시면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보신각종은 12월 31일 자정에 선택된 시민들이 올라가서 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지라 뜻밖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종에 대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 시청 주임에게 이야기하였다.


“정말 좋은 정책입니다. 이렇게 보신각을 시민들 가까이 있게 하다니요.”


보신각을 내려왔는데 친절하게 올라가도 좋다고 했던 총각이 다가오며 물었다.


“저기 교수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작년 2학기에 ‘현대정치의 이해’들었던 학생입니다. 여기서 공익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 맞다. 어쩐지 낯이 많이 익어서 누군가 생각했는데, 정말 반갑다.”


그렇게 반가운 해후를 하였다.


그동안 몇십 년을 종로 거리를 지나다녔어도 그저 길가에 서 있는 정물이었던 보신각이 확 가슴에 들어온 날이었다.


원래 ‘종각’이라 불리던 것을 고종이 시절이 어려웠던 시기에 신뢰가 널리 퍼지라고 ‘보신각’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그 현판은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라고 한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매일 12시면 퍼지는 종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평안해지고 이름 그대로 믿음이  신뢰가 퍼지기를 바라며 보신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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