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묻힐 곳 준비했어?

평화 강명옥 2022. 6. 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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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나 그간의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었었습니다.

코로나에 걸려 고생한 이야기, 가족들 다 걸렸는데 수발든 친구만 안걸렸다는 이야기 등등...

 

본인들은 물론 부모님들의 건강 문제로 인한 병 이야기, 병원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오갔습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너희들 어디에 묻힐 건지 준비했어?'라는 질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습니다.

 

다들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해봤지만 이미 먼저 가신 부모님을 모신 공원묘지나 선산으로 가야되지 않을까라고들 하였습니다. 친구는 부부가 의논하여 묻힐 곳을 준비를 했다며 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지인은 매장을 했던 부모님 자리에 가족 24명이 들어가는 납골묘를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아들 딸이 있는데 딸은 결혼을 해서 시집쪽으로 갈것이고 아들 부부와 이야기를 하는데 며느리가 자신은 친정 선산으로 가겠다고 하여 온 집안이 놀랐다는데 아들에게 너는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부모님 앞에서 차마 아내 따라 처가에 가겠다고 못하고 화장해서 수목장으로 하겠다고 했답니다. 결국 준비한 24기 묘에 들어갈 가족들이 더 이상 없게 되었다면서 어떻게 며느리가 친정에 가서 묻히겠다고 하는지 그 이야기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단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너는 딸만 있는데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들 하니 친구 본인도 자신이 현대적이고 시대를 앞서간다고 생각했는데 산소 문제에 있어 완전히 전통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도 놀랐다고 합니다.

 

친구의 질문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예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어디로 모실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우리 형제들이 다녔고 다니고 있고 부모님도 출석하셨던 교회의 공원묘지로 모셨고 어머니도 함께 계십니다.

 

몇달 전 유적지를 방문했다가 같은 공간에 조성되어 있던 공원으로 꾸며진 어느 가문의 선산을 둘러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남편이 참 이상하다면서 최근에 조성된 묘들 같은데 비석에 아무 것도 써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일까?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 요즘 자신이 묻힐 곳을 미리 정해놓고 비석도 준비한다는데 그 실상을 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하늘나라 갈 때 묻힐 곳에 대해 내가 정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무엇보다도 먼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친구의 질문으로 갑자기 눈 앞의 일로 다가온 듯 합니다. 정말 어디로 가나?

 

#산소 #묘지 #죽음 #공원묘지 #선산 #친구 #모임 #코로나 #병 #병원 #비석 #묘지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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