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이 나이에도 이렇게 재미가 있으니...

평화 강명옥 2002. 8. 2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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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대한 나의 기억은 다섯 살 때로 내려간다. 어머니가 커다란 종이에 ‘가, 나, 다, 라 ....'를 적으신 종이를 벽에 붙여 놓으신 것을 놀다가 심심하면 한번씩 들여다보면서 한글을 배웠다.

그렇게 글을 읽게 되면서 우연히 만화책을 보게 되었고 그 때부터 어머니를 졸라 만화책을 빌려다 보았었다.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려서 만화방에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는데 만화 빌려다 주는 일은 어머니의 매일 일과 중의 하나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3학년 때부터인가 혼자 만화방에 가는 것이 즐거운 낙이었다. 당시 1원에 두 권씩 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에서 나를 찾으려면 으레히 만화방으로 동생들을 보내실 정도로 만화를 좋아 했다.

만화방 출입은 초등학교로 끝났지만 그럼에도 만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보았다. 자타가 공인하는 ‘만화광’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소설책에 빠져서 살았는데 그 바쁜 고3시기에도 상당히 책을 많이 읽었었다. 이과반에서 공부했으나 당초 가려고 했던 과로의 진학이 어려워졌을 때 서슴지 않고 문과로 전공을 돌리면서 생각했던 것이 ‘책이나 실컷 읽자’였다.

청춘 시절에 연애사건을 일으킬 재주가 없던 내가 시간이 나면 자주 갔던 곳은 ‘종로서적’이었다.
서서 때로는 앉아서 끝나는 시간까지 몇 권씩 읽고는 했다. 어려서 만화에 빠져 살던 버릇의 연장이었던 셈이다.

결혼 후 한번은 매일 모임으로 늦는 남편에게 시위하느라 나도 한번 늦게 들어가리라 마음먹고 집을 나선 적이 있었다. 막상 집을 나서니 특별히 갈 데가 없었고 문득 생각난 곳이 학교 앞의 만화방이었다.

그동안 만화방의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어릴 적 좁고 긴 나무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읽던 환경과는 달리 널찍하고 쾌적한 공간에 음료수를 마셔가며 편안한 테이블에 놓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꼬마손님은 없고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었다.

그날 상당히 늦게 들어간 내게 남편이 보인 반응은 별로였다.
“늦었네...나 일찍 들어오라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을 빼고 병가를 내고 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은 자느라 보냈는데 그래도 깨어있는 시간이 꽤 되었다. 그 시간에 만화를 봤다. 인터넷으로...만화사이트에 들어가 하루 1500원짜리 이용권을 핸드폰으로 결제하면 24시간 화면을 넘겨가며 볼 수가 있다.

대부분 만화가들이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고 아주 엉뚱한 내용들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더욱이 인터넷용으로 만든 만화는 총천연색으로 보기도 편하게 만들어져 있어 더 생생하게 볼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화를 실컷 보면서 했던 생각...
‘난 어쩔 수 없는 만화광이야...이 나이에도 이렇게 만화가 재미있으니...’

People from the past can give us pointers for the present.
과거의 사람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라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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