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오토바이 타는 목사님

평화 강명옥 2003. 11. 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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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여만에 교회에 갔다. 보는 성도들마다 깜짝 놀라면서도 다들 반가워하는데 나 역시 참 반갑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예배 전에 잠깐 목사님을 만났는데 목사님 역시 놀라시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침 지난 번 봄에 시작한 교육문화관 '엘림관'이 다 지어져서 준공감사예배를 드리고 2주 후에는 새로 장로.권사.안수집사를 선출하는 투표가 있다면서 어떻게 교회에 중요한 시기에 맞춰(?) 왔냐면서 권사가 괜히 권사가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했다.

예배를 시작하면서 목사님이 내가 온 것을 알리며 그 말씀을 하는 바람에 예배 후에 여러 성도들로부터 '역시 권사님은 권사님인 가봐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저런 일로 교회 봉사를 잘 하지 못하는데 어찌나 찔리던지...

엘림(Elim)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이후 두 번째로 진을 친 곳이며 열두 샘과 70주의 종려나무가 있던 곳(출애굽기 15:27, 민수기 33:9)으로 교회가 있는 마을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였다. 주일에는 유치부부터 아동부, 중고등부의 예배와 공부가 있고 찬양대가 연습을 하는 장소이지만 평일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기관이자 문화 제공터로 개방될 예정이다.

신학교 건물을 빌려서 20여 년 전에 시작한 작은 교회가 학교에서 나가달라고 했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가 몰라 이곳 저곳을 찾아다닌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같이 동네 청소를 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동네 일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교회 건축과 주차장 및 교회 뜨락 조성, 엘림관 건축까지 여러 건의 건축이 있었으나 잡음 없이 은혜롭게 마치게 된 것은 성도들이 세상에서 애써서 헌금한 것을 함부로 쓸 수 없다고 많은 고민을 해서 결정하는 목사님과 자신의 집과 병원을 담보 잡히고 융자를 받아 건축비를 마련하는 등 애쓴 장로님들, 그리고 묵묵히 자신들이 할 만큼 헌신한 성도들의 노력 덕분이다.

교회청소를 성도들보다 더 많이 하고, 주중에 개방하는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고, 틀린 것이 있으면 정부부처가 되었든 기업이 되었든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고치고, 여선교회 바자회 때면 칼갈이로 나서고, 신도들 대화 나눌 때 앉으라고 직접 작은 의자를 만들고, 토요일이면 설교준비로 밤을 새워 기도하는 목사님이 계셨기에 오늘날의 우리 교회가 있다는 생각이다.

전도사로 일하려면 작업복과 고무장화가 있어야 하는 곳이 우리 교회이고 신학생들 사이에 이미 소문이 다 나 있다는데 웬만한 교회 보수는 목사님과 부목사님들이 직접 다하기 때문이다.

믿지 않는 동네 사람들과 친한 이웃으로 지내는 목사님이 엘림관에 달 종을 사러 헬멧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인사동에 갔더니 목사님의 복장을 보고는 결코 종을 사지 않으리라 생각한 주인이 말 인심이나 쓰자고 35만-40만원 가는 옛날 종을 15만원 불렀다가 정작 팔게 되었을 때 안색이 바뀌었었다고 한다.

가끔 남편과 교회 이야기를 할 때 참 저런 목사님을 만난 우리 성도들이 복이 많은 성도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이번에 형편이 어려워진 성도들에게 일정 금액을 이자 없이 빌려주는 '보아스 기금'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동안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작 교회 내에서 어려워진 성도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왔는데 결실이 맺어진 것 같다.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성도가 성도다워질 때 그래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때 날로 어두운 소식들이 늘어가는 세상이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한 주일이었다.


We must learn to weep before we can dry another's tears.
다른 사람을 위로하려면 슬픔을 겪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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