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오전에 해금강과 삼일포를 구경하러 떠났다. 해금강으로 가는 길에 북한의 들녘과 집들을 간간이 볼 수 있었으며 군대가 지키는 지역을 통과할 때 길에 서 있던 표지판에 커다랗게 써 있던 한 글자를 보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었는데 그것은 '섯'이었다. 아마도 우리의 '우선멈춤'에 해당하는 것이었으리라.
해금강은 우리나라의 4대 해안 절승의 하나이며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로 아름다운 풍경이 말 그대로 해만물상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이 좋은 풍경이 훼손되지 않고 두고두고 그 모습대로 보존되기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삼일포로 향했는데 삼일포는 관동8경의 하나로 옛적에 어떤 왕이 관동팔경을 하루에 한곳씩 보기로 계획하고 떠났다가 삼일포에 와서는 경치에 매혹되어서 3일을 놀았다는 것이 이름이 붙은 연유라고 한다. 호수의 둘레가 8㎞이고 주변에 36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호수 한가운데에는 소가 누운 듯한 모양의 와우섬과 호수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바위들이 곳곳에 있었다. 호수를 둘러보다가 현대식으로 지은 단풍관에서 간식과 음료수를 사먹었는데 소박한 먹거리와 이가 빠진 접시를 보면서 아직 물자가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오후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온천욕을 하였다. 시설은 깨끗했고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노천 온천이었는데 그렇게 추운 날씨에도 노천 온천은
할 만 하였다. 물에 잠긴 몸은 뜨뜻하고 머리는 시원한데 올려다보는 하늘은 맑고 깨끗하고 그 하늘 아래 보이는 산의 소나무들은 어찌나 푸르러
보이던지...
온천욕을 끝내고 중국에서 온 발맛사지사가 있다고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발맛사지를 받았다. 중국에 있을 때 시원하게 받았던 발맛사지가
기억나서였는데 고단했던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끝나 있었다. 어떠셨느냐는 질문에 어머니 역시 잠이 드셨다는데 맛사지가 너무 시원(?)했던
것 같았다.
내 나라 내 땅에서 달러를 주고 커피를 사 마실 때 그리고 커피를 내 주는 아가씨의 말투의 북한억양을 들으며 다시 한번 내가 북한을 왔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비교적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갈 때와 같은 절차를 거쳐 남으로 오면서 기회가 된다면 사시사철 한번씩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 또는 눈이 왔을 때를 설봉산이라 부른다는데 나는 설봉산을 겨우 보았을 뿐이므로.
A person who thinks too much of himself thinks too little of God.
자신에게 너무 몰두하면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게 된다.
'여행, 사진, 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담사, 황태마을 그리고 낙산사 (0) | 2005.12.02 |
---|---|
설악산 권금성 (0) | 2005.12.01 |
금강산 (1) (0) | 2005.11.22 |
양양 낙산사 (0) | 2005.07.20 |
안면도(2) (0) | 200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