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이야기

에티오피아의 벼룩

평화 강명옥 2007. 10. 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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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만난 봉사단원들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벼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단원은 선배단원이 9월에 귀국하면 집을 물려받기로 해서 단원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며 쉬기도 하는 유숙소에서 머물고 있는데 벼룩으로 인해 무척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온 몸이 물려서 자국이 대단하고 가려운 것은 모기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소독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약이 없다고 한다.


한국에는 벼룩이 없기 때문에 약도 없고 만들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단원들의 경우 일반 버스를 타고 다니며 활동을 하기 때문에 벼룩이 옮고 사전 예방이나 처치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음에 이 벼룩이 또 화제가 된 것은 한국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을 때였다. 한국인 여주인이 와서 같이 대화를 하는 가운데 벼룩에 엄청 물리고 산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온 몸이 스멀스멀 가려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 다른 사람은 잘 안 물리는 모기도 혼자 다 물리는 타입인데 벼룩이라고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해서 호텔에 머물고 이동할 때에는 기관의 차를 이용했음에도 전통 음식점에 가서 한동안 앉아 있었고 어찌하였건 음식점마다 서빙하는 사람들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이니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한국에 벼룩을 옮아가는 것 아니냐고 하였더니 오랜 시간 비행기 타고 가면서 벼룩이 다 죽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더욱이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에서 대부분 살기 때문에 벼룩을 뗄 래야 뗄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일단 에티오피아에서 살면 다 물리고 살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안 헌혈 좀 하고 가셔야겠다고 편안하게 농담들을 하였다.


듣는 것이 병이라고 한참 벼룩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호텔에 돌아와서도 모든 것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혹시 의자에 놓아둔 티셔츠에? 옷걸이에 옷을 걸어두었지만 낡은 나무 벽을 타고 옷에?  책상 위에 올려놓은 서류에? 시트는 하얗게 빨았지만 위에 덮인 담요를 통해서? 그렇게 생각하니 호텔 방에 있는 것에 아무 손도 댈 수 없을 것 같았다.


프로젝트 사전 조사차 에티오피아 지방으로 가서 주민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해야 할 텐데 그렇게 의심하고 지내다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벼룩 부분에 대한 걱정은 포기했다. 다른 보건의료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전에 벼룩퇴치 사업부터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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