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농촌 지방을 다니며 보건현황을 살펴보니 어느 한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이 부족하여 진흙탕 물을 떠다가 부유물이 가라앉은 다음 식수로 하니 수인성이질이 성행한다고 한다.
또한 학교가 부족하고 여자 아이들을 먼 거리 학교에 보내다보면 강간 등의 문제가 심각하여 학교를 보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문맹율이 높아 보건교육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결혼 연령이 15세 정도부터 시작되고. 농업이 85% 이상인 현실에서 아이들을 자산으로 생각하는 관습으로 계속 열이고 열둘이고 낳다보니 모성건강이 말이 아니다. 더 나아가 여성은 ‘sub-human'정도로 여겨져 온갖 노동을 맡아하기 때문에 더욱 건강이 안 좋다. 게다가 의료시설이 부족하니 출산을 하다가 잘못되는 경우도 그 비율이 무척 높다고 한다.
보건 현황과 가조계획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몇 가정을 방문해보았다. 37세에 두 달된 막내아들을 비롯해 8명을 낳은 어머니는 앞으로 둘을 더 낳고 싶다고 하였다. 그 남편은 여러 가지로 힘이 부쳐서 이제 그만 낳겠다는 답을 하였다. 살림살이가 거의 안 보이는 생활임에도 특이한 것은 그 부부나 제대로 씻지 못해 꼬질꼬질한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바라는 것이 없어서 불만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 다른 가정집은 아이가 10명이었는데 아이 엄마는 그만 낳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 키우는데 지친 표정이었다. 그 남편은 반대로 아이들은 자라면서 노동을 하고 제 몫을 하는 재산인데 더 낳겠다는 의지가 굳건해 보였다.
보건소나 보건지소에는 그 보건지소의 보건 통계를 써 붙여 놓고 여러 가지 건강에 대한 포스터들을 붙여 놓았다. 특이한 것은 여자아이들의 할례를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라는 포스터였다. 부모들이 전통적으로 해 온대로 별 말 없이 딸들을 데려가서 할례를 시키는데 그 때 가장 부모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한다.
보건소나 보건지소에는 사람은 배치해놓았으나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해 처치를 못하고 더욱이 의료기기나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 기관에서 기증한 의료기기들은 전력이 부족해서 사용할 수가 없고 한 번 고장이 나면 그것으로 폐품이 되어버린다. 가령 전기가 아닌 스팀소독기를 사용하려고 해도 연료가 부족하니 그것도 어렵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로 어떤 것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참 고민을 하게 만든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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