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시(Arsi)주의 중심도시인 아셀라(Assela)시에 있는 병원을 방문하였다. 그 병원은 에티오피아의 NGO인 가족계획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상당히 규모가 갖춰져 있었으며 여러 가지 보건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운영은 미국, 유럽, 국제NGO등의 지원을 받아서 해오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반대하고 있는 낙태시술을 한다고 해서 지원을 끊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였다.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본부를 방문하여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토의를 한 뒤라 더욱 그 병원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추후 이 지역에 보건관련 교육센타를 만들게 되면 직접적으로 연계해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시의 보건국장 등과 최종 교육센터 건립지와 지원 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마친 후 다음 방문지인 볼라이타(Wolaita) 소도(Sodo)로 이동을 하였다. 아디스아바바에서 차로 4시간 반이 걸린다는 소도는 아르시에서 가는 시간이 5시간 반이 걸렸다. 가는 길의 풍경은 내내 초원과 드문드문 있는 집들과 소, 말, 양, 염소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가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 같은 곳이 보였고 도시에 해당하는 곳에는 제법 여러 채의 집과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요즘이 한창 우기여서 이동에 대해 걱정을 하였는데 우리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날씨가 맑아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초원을 보고 있자니 사람은 그야말로 큰 자연의 일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들은 문명권 사람들이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삶 그 자체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집은 초가지붕에 진흙 벽으로 동그랗게 지어져 창문도 없고 바닥도 흙바닥 자체로 가구나 살림살이가 들어갈 공간이 별로 없다. 게 중에는 키우고 있는 가축들과 같이 잔다고 하는데 넓은 땅에 비해 너무 작은 집들이다. 그러나 집 밖의 넓은 초원이 다 집이고 집은 그야말로 비가 올 때 피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맞을 것 같았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길 옆 자연 잔디 위에 길게 누워 있는 어린 목동들과 청년들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가 뜨면 일어나 일을 하고 때가 되면 먹고 해가 지면 잠자는 단순한 이들의 생활에서는 문명사회가 느끼는 피곤한 스트레스가 없어보였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드는 사람들의 얼굴은 정말 밝아보였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손에 작대기를 들고 키우는 동물들을 돌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그늘을 볼 수 없었다.
비교적 오랜 시간 차를 타고 한가로운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진정 개발이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가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았다. 문명이란 이름으로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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