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이야기

아프리카의 한국기업과 중국의 인해전술

평화 강명옥 2007. 10. 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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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소도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어 무슨 일인가 하였는데 시장에서 먼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번에는 많은 청년들이 환호를 지으면서 역시 길을 따라 몰려오고 있었는데 종교 축제 전야제를 했다고 한다.  


거리에 가로등이 없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전혀 차를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들과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경적을 울리며 달려야 했다. 우리가 달려가고 있는 길은 한국의 경남기업이 맡아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활동을 하는구나 싶어 감개가 깊었다.


헬스클럽의 자동진동기 못지않게 터덜거리며 달려와 도착한 곳은 경남기업의 숙소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 호텔이 머물기 곤란할 만큼 시설이 좋지 않다고 해서 특별히 부탁을 했다고 하였다. 깔끔한 조립식 건물이 여러 동 있었고 건설 장비들이 많았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상차림에 여러 번 놀랐다. 현지인을 훈련시켜 만들었다는 밥상에는 콩밥, 직접 길러 잡았다는 돼지고기, 직접 기른 콩으로 만든 두부전, 생선전, 김치, 파김치, 총각김치, 된장국, 고사리나물, 상추, 고추 등이 푸짐하게 놓여 있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구수한 숭늉까지 나왔다.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한국식당보다도 더 맛이 있고 사실 한국에서 먹을 때에도 정말 큰 상차림이었다. 저녁을 하며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경남기업은 한 사업현장에 한국인이 7명이고 나머지 일은 현지인들을 채용해서 하는데 중국은 보통 2-3백 명이 온다고 한다. 단순노무자까지 모두 중국에서 데려와서 하는 바람에 에티오피아 건설업의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임금이 그렇게 싼 에티오피아 기업도 입찰 경쟁에서 질 정도라고 한다.


선진국에서 최빈국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물품이 뒤덮고 있으며 이제 사람까지 뒤덮을 모양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인다는 기사를 읽고 그런가보다 하였는데 막상 와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중국이 사정이 좋지 않은 에티오피아에까지 원조를 하고 현재 들어와 있는 숫자가 9만 명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가진 나라답게 인해전술로 세계를 뒤덮을 기세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 교민이 3백 명 정도라는데 그동안 우리나라가 가족계획사업을 너무 모범적으로 한 것이 큰 실수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부쩍 들었다.


가난하고 인구가 많은 것이 무슨 저주처럼 여겨지던 때가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이제는 인구가 많은 것이 바로 국력인 시대가 되었다. 중국을 필두로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그 많은 인구의 장점을 살려 한없이 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그 발전 속도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뒤늦게 부랴부랴 인구증가 정책을 여러 가지로 만드느라 애쓰는 우리나라가 너무도 빨리 선진국 형태가 되어버린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어찌 될 것인지? 걱정한다고 단시일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더욱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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