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새벽기도

평화 강명옥 2002. 3. 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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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어머니가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다. 입원 일수가 길어짐에 따라 아무래도 내가 간호를 맡아야 할 것 같아서 장기 휴직계를 내려고 했더니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는 병원에 가도록 조정이 되었다. 오후에 내가 병간호를 하고 밤에는 아버지가 오셔서 교대를 하시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어머니가 병실에서 저녁식사를 마치신 후 나도 저녁을 먹으려고 병원 식당에 갔었다. 곰탕인가를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때 앞 테이블에서 웬 예쁘장한 젊은 여자가 몇 번 내 얼굴을 보더니 다가왔다.


다자고짜 하는 말,

"교회에 다니세요?"

"예, 다니는데요."
"그러면 새벽기도 나가세요?"

"아니요, 직장 일이 바빠서 못하고 있어요."
"그러면 안되지요. 새벽기도 나가세요." "......."

그리고는 20분간을 그 새댁으로부터 시집의 구박을 견뎌가며 교회 새벽기도에 다닌 이야기를 들었다. 새댁의 신앙간증을 들은 셈이었다. 새댁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주문한 음식을 찾았더니 음식은 이미 아까 준비되어 있었는데 왜 늦게 왔느냐고 한다. 사실 나는 음식 나왔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는데...그 가까이서...

얼마 후 몸이 너무 약해서 도저히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으로 치료하시기로
하고 어머니는 퇴원을 하셨다.

그리고 나서 바로 사순절이 시작되었고 사순절 직전 일주일은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었다. 병원에서 생판 모르는 새댁으로부터 새벽기도 안나간다고 야단(?) 맞은 직후여서인가 아니면 인도였던가...그 특별새벽기도회를 기점으로 새벽기도에 나가기 시작했었다.

당시 사무실 일이 많았던 때라 보통 밤 12시가 넘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1시. 잘 준비하고
자리에 들면 1시 반이 되었고 더 늦을 때도 많았다. 자명종 맞춰놓고 일어나는 시간은 4시, 준비하고 새벽 버스 타고 교회에 도착하면 5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계속 되던 새벽기도....
부모님은 건강을 걱정해서 무척 말리셨다. 도저히 안 되자 아버지는 그 시간에 같이 일어나셔서 버스정류장까지 매일 바래다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생활을 잘 알고 계시던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집사님. 목사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되지만 건강 생각하며 다니시지요."
그 후 버티지 못하고 새벽기도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남편이 고향에서 출마를 하는 바람에 몇 달 동안 그 지역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서울이 고향인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처음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었었다. 그래서 나의 새벽기도가 다시 시작되었다. 성도 수가 3000명인 그 교회는 새벽기도에도 교회가 가득 찼다.
아무리 멀어야 차로 20분 거리인 지역적 특성도 있고 서로들 잘 알고 지내는 지방적 특성도 있었던 것 같다.


이른 새벽 교회에 가기 위해 나설 때 맡아졌던 싸한 공기...
교회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거리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는 교회 버스들...
그리고 예배와 기도...

언젠가 다시 한번 새벽기도를 시작하게 될 기회를 주실 것 같다.



단풍잎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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