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어머니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평화 강명옥 2008. 8. 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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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심장수술과 고관절수술을 연달아 받고 퇴원하신 후 한 달 만에 검진을 받으러 가신 것이었다.

75세 고령으로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으신 것으로는 상당히 회복이 빠르고 좋아지신 것이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어머니가 두 달 전 넘어지셔서 고관절이 부러진 이후 가족 모두에게 폭풍우 같은 날들이 시작되었었다.

10여 년 전 심장이 안 좋아 입원하셨다가 워낙 약하셔서 수술을 못하고 퇴원하신 전적이 있는 어머니가 과연 고관절 수술을 받으실 수 있는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가정의학과, 심장과, 정형외과, 마취과 등 여러 의사들 간에 논의가 있었고 심장 수술을 먼저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러나 평소 수술에 대한 공포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계신 어머니가 완강히 수술을 거부하시는 바람에 퇴원결정까지 하였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술을 받기로 어머니가 마음을 바꾸셨다.

수술 전날과 수술 당일 날 우리 삼남매는 호출을 받았다.

전날은 밤늦게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약서에 서명을 하였고, 수술 당일은 아침 7시 수술이라 6시 반까지 병원에 가야했다.


새벽에 일어나 병원으로 가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달려가는 자식들이 있는데 이 다음에 내게는 누가 달려올 수 있을까?’ 


어머니가 수술실로 들어가신 후 아침을 먹는데 이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큰 동생은 조카들이 올 것이라고 하였고 작은 올케는 당연히 형제들이 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 말들이 상당한 위로가 되었다.


그 와중에 동생의 농담이 걸리기는 하였지만...

“고모가 하기 나름이지, 뭐....ㅎㅎㅎ”


어머니의 입원을 계기로 나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이야 기력이 있어 바쁘게 활동하고 다니지만 과연 나이가 들어 병원 다니는 일이 주 일이 될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어머니가 한 달을 넘게 병원에 계시는 동안 우리 형제들 생활은 비상사태였다.

누구도 계속 병원에 있을 형편이 아니라 24시간 간병인이 어머니를 돌봐드렸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로 수시로 병원에 들러야 했었기 때문에 생활 리듬은 깨진 채로 굴러갔다.


그러나 어머니의 부상과 입원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

아기인 나를 데리고 교회에 다니셨다가 오래전 교회를 떠나셨던 어머니가 믿음을 회복하신 것이었다.

고관절로 인해 통증이 심하셨던 어머니는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시고 많이 힘들어 하셨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가운데, 수술 전날 어머니 꿈속에 예수님이 나타나셨다고 했다.

하얀 천사들로 둘러싸인 예수님이 병실에 오셨고 아프다고 호소하시는 어머니에게 염려 말고 수술을 받으라고 위로를 하셨다는 것이었다. 

 

만날 때마다 기도하는 내 손을 어색하게 잡고 계셨던 어머니는 그 이후 먼저 기도요청을 하신다.

기도 후에 ‘아멘’이라고 답하시는 어머니 목소리가 아기 목소리처럼 항상 맑게 들린다.

어머니의 믿음 회복은 30년 가깝게 걸린 기도의 응답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걸으실 때 사시는 곳 가까운 교회를 다니실 예정이다.


작아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병원 안을 다니며 문득 내 나이가 새삼 떠올랐다.

이렇게 세월은 가고 나이 들어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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