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꾸물꾸물한 날씨에는 홍어애탕을...

평화 강명옥 2008. 11. 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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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상관없이 가끔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홍어애탕이다.

 

결혼 후 시댁에 갈 때 자주 홍어회와 홍어애탕을 먹기 시작했는데 은근하게 인이 박힌 것 같다.

몇 년 전 동네 한바퀴 돌다가 새로 생긴 홍어집이 있어 종종 들르고는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저녁 늦게 들어가는 일이 많다보니 가볼 기회가 없었다.


바람 불고 날씨가 꾸리꾸리한 날 낮에 홍어애탕 생각이 났다.

알고 보니 종로1가 뒷골목에 홍어집이 있었다.


홍어애탕 중자를 시켰는데 서너 명이 먹어도 될 만큼 양이 많았다.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고 할아버지는 서빙을 하는 집이었다.

김치며, 나물이며, 김이며 반찬이 모두 예전 맛으로 아주 맛이 있었다.


넘칠 만큼 많이 넣어준 홍어애를 즐기고 혀가 알딸딸해지는 삭은 홍어도 즐겼다.

둘이 먹기에는 많아서 남기면서 아깝다 생각하며 일어섰다.


좁은 골목을 걸어 나오는데 재개발로 인해 주변은 공사 준비를 위해 막을 둘러놓았다.

조만간 이 홍어집도 정리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재개발로 인해 올망졸망한 음식점들로 골목골목들 돌아야 했던 종로1가가 변화하고 있다.

서울의 변화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을 지니고 있던 마지막 보루까지 넘어가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그 유명한 청진동해장국을 먹으러 최첨단 빌딩으로 들어선다.

빌딩 안에 예스런 실내장식을 한 깔끔한 공간에서 밥을 먹는 것이 서울의 현대화인 것 같다.


오늘도 어째 날씨가 꾸물꾸물한 것이 슬금슬금 홍어애탕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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