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 생신 전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었다.
마침 그 날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동안 조촐하게 보내던 날이 오랜만에 북적북적한 분위기였다.
물론 가족 모임은 어머니 생신 위주로 진행되었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때에 뒤를 돌아보니 여러 일들이 많았다.
어머니가 힘든 수술을 두 번이나 하시고 이제는 거동이 자유로우신 것이 감사한 일이다.
동생들이 각자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별 탈이 없었으니 그 또한 감사하다.
중,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이 건강하고 착한 자녀들로 자라고 있으니 감사하다.
결혼할 때 30대, 40대였던 우리가 50대 문턱을 들어섰고 또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둘이서 많은 일들을 겪어 왔으면서도 한결같은 마음인 것이 감사하다.
날이 지날수록 어쩌면 하나님은 이렇게 나와 꼭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더 많아지고 있다.
우리 부부 별명이 ‘젖은 낙엽부부’이다.
항상 같이 다닌다고.
‘우리는 부부보다 더한 뿌뿌’라고 주장하는 남편의 익살이 늘 재미있기만 한 나다.
세월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더 의지하고 얼굴도, 생각도, 습관도 점점 닮아간다.
떨어져 있다가 전화 해야겠다 생각하면 바로 전화가 오고,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하면 그 이야기를 동시에 꺼내는 경우가 늘어난다.
누군가 남편이 아들이자, 동생이자, 오빠이자, 남편이자, 아버지라고 표현을 하였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가는 요즘 간만에 결혼사진을 꺼내보았다.
언제 들여다봐도 좋다.
지나간 우리의 젊음이 남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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