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접니다. 강명옥입니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언젠가는 가겠지 했던 성지순례의 길을 떠나왔습니다.
성지순례를 가겠다고 했을 때, 교회 내부적으로 작은 소란이 생겨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수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자 미국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경제의 악화로 세상이 뒤집어졌습니다.
주식이 하락하고 환율이 뛰었지요.
일자리는 없어지고 살기 어렵다는 비명이 사방에서 튀어나왔습니다.
하필 이럴 때에 무슨 성지순례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떠날 시간이 가까워오자 이번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터졌습니다.
그러자 더 강력한 이야기들이 돌았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전쟁하는 나라에 왜 가려고 하느냐는 비판의 말들이 돌았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걱정과 망설임의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럼에도 출발 준비는 진행이 되었고 결국은 이렇게 떠나왔습니다.
현지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닐 만 하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번에 안가면 다시 기회를 잡더라도 그 때는 그 때대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지요.
미리 낸 여행경비에 대한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구요.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 참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다는 마음두요.
이대로 인도하시는 대로 가보자 하는 마음두요.
추가로 등록하는 분들이 비행기 좌석이 없어서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요.
그러나 막상 비행기에 올랐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비행기 안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 15명이 제일 많은 팀이었고 듬성듬성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스라엘이 계속 공세에 있고 휴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포기했나 봅니다.
그래서 출발부터 ‘황제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각자 앉고 싶은 좌석에서 가서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있을 수 없고 누려볼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끔 출장 갈 때 이코노미 석이 차서 비즈니스 석에 앉아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단체가 움직이는데 편하게 가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미리 교육을 받고 우리가 방문할 곳에 대한 자료를 읽고 지도상에 표기도 해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에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시고 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무엇보다도 새로 시작된 2009년 하나님은 우리 순례단 각자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실까 하는 기대감이 큽니다.
이번 순례에서 어떤 하나님의 모습을 만날까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압니다.
인간적인 욕심이나 생각으로 무엇을 하고자 할 때가 아니라 제가 준비가 되었을 때 무엇이든 주신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 성지순례에 대해서도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고 기대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기내식은 왜 그리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물론 고추장에 맛있게 비볐지요.
함께 나온 모찌떡도 잘 먹었습니다.
승무원이 권한 와인도 조금 마셨습니다.
그 덕에 얼굴이 온통 발개져서 잠을 푹 잤습니다.
성지순례를 떠나기 전까지 의뢰를 맡았던 보고서 작성은 결국 끝내지 못하고 출발했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림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진작 마음먹고 시작했더라면 일찍 끝낼 수도 있었는데 미루고 미뤘지요.
해야만 하는 숙제를 미루고 미루는 이 불안한 기분은 참 그렇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제가 일보다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공항에서 담당자로부터 여행에서 돌아온 이틀 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출해달라는 독촉 전화를 받았지요.
이번 일처럼 미안하다는 말과 글을 맘에 담아보기는 처음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상태를 점검해 보는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된 때에 그 곳을 향해 가기 때문에 더욱 그 지역을 위해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익숙해서였는지 몰라도 우리와 거리가 멀어 둔감했던 그 지역에 막상 간다고 하니 새삼 가슴 안으로 그 지역이 들어옵니다.
그 땅에 평화가 임하기를!
오늘 아침 깨워주신 것 감사합니다.
자명종이 울린 지도 몰랐는데 남편은 자명종을 끄고 계속 잤다고 했습니다.
자다가 갑자기 귀에서 ‘우리 승리하리라~’라는 찬양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깨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잔 상태에서 하마터면 비행기 시간을 맞추지 못할 뻔 했습니다.
여전히 팔은 아픕니다.
한 달 전 주차장에서 앞으로 넘어질 때 두 팔을 짚는 바람에 얼굴은 멀쩡했으나 이 팔 통증이 고질병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낮에는 움직이느라 잘 모르지만 밤이면 자면서 정말 낑낑거립니다.
비행기 안에서 밥을 먹고 잠이 들은 상황에서도 팔의 통증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그러면서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 팔의 통증이 내 몸의 또 다른 가시가 되어가는구나 하는 것이지요.
교통사고로 전신통증과 친구가 되어 지내왔는데 이제 통증도 덜 느끼고 살만하게 되니까 다시 팔 통증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가며 동작이 더 둔해져서 넘어질 가능성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아이고 이제는 무릎이 쑤십니다.
팔이 너무 아파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무릎의 충격이 나도 알아달라고 보채는 것 같습니다.
더 늙으면 어떡하나요.
이렇게 눈도 흐릿해지고 움직임도 둔해지고 치열하게 무엇인가 하는 열정도 엷어지고 툭하면 잘 잊어버리구요.
참, 한숨자고 일어났을 때 간식으로 나누어준 피자와 구아바 음료수도 맛있었어요.
작은 입맛도 행복을 주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저도 이제 옆에 있는 작은 것을 만나는 것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철이 든 걸까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비행기는 날아가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카이로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국의 일은 잊어버리고 우리의 가는 길에 빠지겠지요.
순례자의 시간으로요.
하나님,
하나님을 떠났다고 아니 혼자 떠났다고 여기고 있다가 오랜만에 돌아와 만난 하나님은 참 무서웠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고 제가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제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시며 세심하게 배려하고 사랑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 제 응석이 도를 넘을 때가 가끔 있었지요.
이제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나이 오십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에 하나님이 이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해주신 그 흔적을 찾아 떠납니다.
항상 함께 계시는데 수없이 듣고 묵상했던 성격 속의 장소를 찾아가는 이번 순례길에서 저는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게 될까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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