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대하여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입니다

평화 강명옥 2012. 7. 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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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자가 한글에 대해 글을 쓰고 특강을 합니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 및 사회적 발전의 기초가 한글에 있었음을

연구하고 오늘날 홀대받는 한글의 현주소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영원한 소수언어로 머물 텐가

-로스 킹 교수의 절망-

 

김미경(대덕대학 교수, [한국어의 힘] 저자)

 

최근에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 대학의 로스 킹 교수로부터 절망적인 편지를 받았다. 짧은 편지 속에서도 그가 지난 20년 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한국어교육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좌절감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모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국어 교육을 위해 투자하지도 않는 무지와 인색함에 더 이상 희망을 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듯 보였다. 그는 한국인의 광적인 영어 열기와 철저한 모국어 냉대라는 극한 상황을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입니다.”라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킹 교수는 예일대와 하버드대에서 한국어학을 전공하고, 북미지역에서 한국어교육의 세계화를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해온 서양인 한국어학자이다. 그는 한글발전유공자로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교육의 두 분야에 특별히 심혈을 기울였다. 하나는 1999년 미네소타 주에 설립된 콩코디아 한국어마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외국인들과 교포2세들이 한국어마을을 통해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며 한국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랬다. 그는 특히 한국계 이민자들이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모국어를 가장 빨리 잃어버리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킹 교수는 교포 2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한국어를 통해 자신의 전통과 유산과의 연대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포 2세들의 한국어교육을 위해서는 교회의 한글학교만으로는 부족하며, 한국어마을 활동 등을 통해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한국어마을 활동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한국사회에서는 영어마을이 등장하여 수십 개로 확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0년간 비영리기관인 콩코디아 한국어마을은 한국인과 한국정부의 무관심 속에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한국어마을에 지원하는 금액은 1년에 천만 원 정도이다. 반면에 교육과학기술부와 지방자치 단체가 지원한 영어마을은 한 개당 건립 비용만도 수십억에서 백억이 넘는다. 한국어마을의 위축과 영어마을 부흥은 한국인들의 모국어교육에 대한 의지박약과 영어교육에 대한 맹신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킹 교수가 한국어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힘을 쏟은 또 하나의 영역은 캐나다 대학에서의 한국어교육 심화과정이다. 그는 북미지역의 교포 2세 중에 한국어학을 전공하고 한국어교수로 활동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문제를 알고 있었다. 또한 북미지역의 소수언어들이 사멸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수언어를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대학교의 언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가 단기 입문과정에 그치지 않고, 4년 동안 지속되는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한국어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한류 열풍과 함께 고조된 한국어 열기를 지속시키고, 교포 2세들의 한국어 능력을 신장시켜서, 그들이 한국과 북미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돕고자 했다. 이를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은 정규직 한국어 전임강사 1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었다.

그가 10여 년 가까이 한국 정부와 교포사회에 온갖 발 품을 팔아가며 호소했으나 아직도 전임강사 1명의 인건비를 지원할 후원금이 모이지 않았다. 같은 대학의 중국어와 일본어 프로그램이 각국 정부와 교민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확고히 기반을 잡았다. 펀잡어 프로그램은 인도교민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펀잡어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한국어 수강자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지고, 펀잡어를 수강한 2세들이 캐나다에서 공립학교에서 펀잡어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강좌는 아직도 학생들 사이에서 우선 순위가 가장 낮은 과목으로, 지원 자금이 가장 불완전한 과목으로 남아있다.

킹 교수의 짧은 편지가 나에게는 한국인 전체에게 보내는 무서운 경고로 다가왔다. 그가 목격한 한국어교육의 방치 상태가 미국이나 캐나다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어 프리미엄과 영어광풍은 한국인의 자긍심을 갉아먹고, 국어 교육을 소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해방 후 6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국어의 힘으로 이루어낸 경제발전과 사회의 민주화는 세계사에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의 발전의 원동력이 한국어였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한국의 진정한 세계화와 3만 달러 선진국으로의 또 한 번의 비약을 위해서도 올바르고 적극적인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이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킹 교수가 지금까지 보여준 한국어 사랑과 한국어교육을 위한 헌신은 두 가지를 알려준다. 하나는 한국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민족주의와 별 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 사랑이 아무리 깊다 하더라도 서양인 한국어 교수 한 사람의 힘으로는 한국인과 한국정부의 어긋난 언어교육 세태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몇 줄로 전달된 그의 편지는 한국인과 한국정부가 스스로 모국어의 가치를 이해하고, 하루 빨리 올바르고 적극적인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한국은 영어식민지 국가로 전락하고, 한국어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소수언어로 남거나 아예 사멸할 수 있다는 뼈아픈 경고의 메시지라는 것을 그를 대신해서 전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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