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대하여

트라우마(trauma)

평화 강명옥 2022. 12. 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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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희생자들의 49재가 지났는데 다시 한 번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간 젊은이들의 영원한 평안을 기도합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직도 방금 전 일처럼 선명한 두 가지 일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하나는 대학교 때 막내 동생과 동급 학생들 대상으로 과외를 했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몇 년 전 국민건강보험 퇴직  때일입니다.

일요일 아침 이른 과외를 마쳤는데 동생 친구인 JK가 놀다 가도 되느냐고 묻길래 부모님 걱정하시니 일단 집에가서 책보 놓고 친구들과 놀겠다는 허락을 받고 놀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동네 아이들이 오더니 JK가 버스에 치여 날았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뛰어가보니 아이들과 뛰어놀다가 신작로로 뛰어들었고 오던 버스에 치였는데 심하게 다친 상태였습니다. 학생 부모님과 함께 대학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거의 기절 상태에서 있던 학생 어머니가 나를 붙들고 '내 아들 살려내라'고 흐느끼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JK가 몇 대 독자로 온 집안이 귀하게 떠받드는 자식이었기에 그 어머니 심정이 어떨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학생 아버지는 왜 선생님한테 그러냐고 계속 말렸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JK는 병원에 오래 있었고 일 년 후에 복학해서 친구들보다는 일 년 늦게 과정들을 밟았습니다. 

뒤늦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들어가 3년여 근무를 잘 마치고 퇴직을 하는 즈음에 퇴직 관련 모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직장선교회 회장을 맡았던 터라 선교회 직원들 주관으로 퇴직기념 모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 자리에 앉아있던 직원이 스르르 옆으로 쓰러졌습니다. 다들 놀라서 응급차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가운데 119 응급대원들이 와서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심각한 상태라 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다행히도 잘 회복을 하여 지금 근무를 잘 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회사에 보고하는 과정에 계속 나왔던 이야기는 어디서 왜?였고 직장선교회에서 강실장 퇴직모임을 하다가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직원들이 준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병원 수술실 밖에서 기도할 때의 심정은 말 그대로 기가 막혔었습니다. 오직 '살려주세요'라는 기도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40년이 넘은 예전 일도 몇년 전 일도 시간이 흐른 것과 상관없이 그 장면들이 가슴에 박혀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감사하다는 기도가 나옵니다. 만일 그 때 JK가 잘못되었더라면 만일 그 때 직원이 잘못 되었더라면 하는 가정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잘 키운 자식들을 갑자기 사고로 보낸 부모님들 가족들 친지들이 어떨까...

#이태원참사 #이태원희생자 #트라우마 #이태원49재 #사고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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