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무엇이 우리를 하나되게 하는가?

평화 강명옥 2002. 6. 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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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축구 경기가 있던 날에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우리 과 직원들도 일부 입고 나왔고 점심시간이 끝나자 바깥에서 파는 티셔츠를 사서 입은 덕에 모두 빨간 복장을 하고 근무를 했다.

창 밖 시청광장에는 오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질서 있게 앉아 있는 모습들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보고 있자니 무엇인가 가슴 뭉클하게 느껴졌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모이게 하는가?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그렇게 목이 쇠도록 ‘대한민국’을 외치게 하는가?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평생 동안 입에 올릴 '대한민국, 꼬레아’라는 단어를 이번에 다 불러보는 게 아닌가 싶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던 태극기도 몸에 휘감고 다닐 정도로 친근해졌다.

우리 직원들은 배움터(교육장)에 모여 큰 스크린에 비춰지는 경기를 보면서도 가끔씩 밖에서 들리는 함성소리에 창 밖을 내다보고는 했다. 조마조마한 가운데 우리가 한 골을 넣었을 때에는 모두 환호하며 일어서서 펄쩍펄쩍 뛰었다. 보통 때 그렇게 좋아하며 뛸 일이 있을까...

어제 지방선거가 있었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것저것 너무도 실망스러운 면만 보이는 정치권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의 결과라고 하겠다. 참여의 정치를 생각하면 참 실망스러운 일이나 한편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옛날 고사에 좋은 정치란 백성들이 임금이 누구인지 정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게 살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에 신경을 안 써도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선진국일수록 투표율이 낮은 것을 보면 우리가 정치에 있어서도 아주 빠르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 같다.

한동안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 될 수 있으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걱정했었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로는 그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또 얼마나 크고 많은 함성을 듣게 될 것인가?
기대되는 날이다.


If you see people without a smile today, give them one of yours!
(한번도 웃지 않는 사람을 오늘 보거든 당신의 미소를 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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