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이집트의 왕자

평화 강명옥 2003. 5. 1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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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전날 출근하는 길에 몸이 너무 아파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쓰러지다시피 온낮과 온밤을 지내고 나니 광복절 아침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꿈속에서 교우들, 학우들을 다 만나고 이집트에도 갔다가 몽골에도 갔다가 전 세계를 일한다며 돌아다녔다.

늦은 아침을 먹으며 TV를 켜니 만화영화 '이집트의 왕자'를 하고 있었다. 이집트라...지난밤 꿈속에 이집트에 가서 한참 무엇인가 일을 했는데... 그래서 더 신경을 써서 보게 되었다. 이스라엘을 해방시킨 모세의 이야기이다. 광복절이라고 특별히 골라 방영하는 작품인 듯 했다.

제목부터가 '이스라엘의 해방자 또는 지도자 모세'가 아니라 '이집트의 왕자'라니... 상당히 모세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보는 동안 내내 비록 만화영화였지만 모세에 대해 다시 곱씹어보게 되었다.

태어나서 40년을 이집트의 왕자로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왕자로 길러진 시절.
그 40년이 허구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의 고민과 방황. 고민하는 모세에게 길러준 어머니인 이집트의 왕비는 말한다. '너는 신의 선물이었고 신의 선물은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노예 이스라엘의 아들임을 알고도 거둬 길러준 속 깊은 여인의 마음이 읽혀졌다.

양치기로서 들에서 보낸 40년의 세월. 모세는 그 기간동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꿈꾸었을까?
순하디 순하고 그에 못지 않게 둔하다는 양들을 다루면서 많은 고통 받는 민족이 해방되는 꿈을 키우고 무엇보다도 참을성을 키우지 않았을까?

화려하게 자란 40년만큼 그만큼의 세월을 모든 것을 잃은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출발하여 지내게 하신 하나님! 모세도 많이 참았지만 그보다 그렇게 모세에게 참을성을 길러주신 하나님의 참을성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40년을 가게 하신 하나님. 자신의 옛 집에 돌아와 같이 자란 형 파라오에게 이스라엘의 해방을 주장하며 계속 저주와 재앙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모세의 고민도 작품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이집트의 모든 것을 아는 왕자 모세였기에 그리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노예로 길러졌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 같다.

해방의 마지막 단계에서 홍해가 갈라지는 엄청난 체험을 한 이스라엘 민족은 크나큰 해방의 환희를 맛보며 나아간다. 영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해방과 기쁨으로...

그러나 사실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며 제대로 다루시는 광야 40년의 세월이 그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스라엘 민족은 몰랐다. 해방이 모든 것 인줄 알았다가 먹을 것, 마실 것 때문에 옛날의 노예 생활을 그리워하며 끊임없이 불평하다가 결국 그들은 모두 광야에 묻히고 그 자손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땅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광야 40년의 세월을 오로지 하나님의 인도하심만을 믿으며 둔한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노하심에 대해 끊임없이 용서를 구하며 지도자의 역할을 한 모세이다. 해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해방 이후 40년을 감당케 하시기 위해 하나님은 모세에게 양치기 생활 40년을 훈련시키셨던 것 같다.

그렇게 참을성 많았던 모세도 결국은 불평부대 이스라엘민족의 투덜거림에 참지 못하고 한번 역정을 냈고 그 실수로 인하여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들어가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우리 민족도 어느 날 갑자기 해방되고 나서 그 이후로 남북으로 갈라져 아직도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남북이 하나가 되는 날이 우리의 '가나안시대'가 열리는 날이 될 것이다.

그동안 단지 인위적으로 금 그어진 휴전선 저쪽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하나로 먹을 것 마저 없어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뿐이다.

우리는 '가나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Christ creates unity in the midst of diversity.
그리스도께서는 다양함 가운데서 하나됨을 이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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