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상당한 양의 광고전화가 오는데 낯선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시작부터 광고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서 으레히 그래왔듯이 적절히 끊으려고 하는데 소속이 충청도의 유명한 인삼생산지역농협이라고 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일단 들어봤다.
2006년 세계인삼엑스포를 준비하기 위한 홍보차원에서 핸드폰 번호를 추첨했는데 내 끝자리 네 번호가 당첨되었고 <3박4일 제주도 무료 여행권>과 함께 홍삼진액 1개월 분을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조건이 무엇이냐고 했더니만 물건을 받아보고 확실하다고 생각되면 원재료값 38,000원을 송금해달라고 하였다. 들어보니 그리 나쁜 조건이 아니다 싶어 보내라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사실 누가 물건을 사라고 권하면 마음이 약한 탓도 있고 귀가 얇은 이유도 있어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탓에 결혼 전에는 문학, 철학전집부터 음악 테이프 세트에 이르기까지 가끔씩 거금(?)을 들여 사곤 했는데 동생은 그런 나를 보면서 딱한 표정을 지으며 "또?"라고 할 정도였다. 특히 사무실에 다니는 보험아줌마의 친절함 때문에 거절을 못하고 번번이 계약을 하곤 했으니...
그러다가 결혼 초에 사단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건강이 시원치 않아 주변에서 이것 먹어봐라 저 약 써봐라 하며 권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던 때였는데 가까운 친척의 얼굴을 봐서 어떤 건강식품회사의 판매지점장을 만나준 것이 화근이었다. 그저 예의상 이야기만 들어주고 끝내려는데
입담 좋은 아줌마지점장은 미처 내 입에서 사겠다는 말이 떨어지기 전에 무지막지하게 양이 많은 식품의 포장지를 뜯어버린 것이었다. 같이 앉아 있는
친척의 체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석 달 치 건강식품의 금액이 보통 사람의 월급 석 달 치에 가까웠다. 이 사실을
알게된 남편으로부터 나는 완전히 <어리석은 여편네>로 찍혔고 불행히도 그 이미지의 잔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
통화를 한 며칠 후 집으로 택배가 왔고 남편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했더니 또 속았구나 하는 표정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건을 꺼내 남편에게 보여주고 설명서에 있는 농협 사이트에 들어가 판매하는
홍삼제품의 가격(거의 20만원대)을 보여주고 같이 들어 있던 무료 제주도 여행권을 보여준 후에야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요청했던 금액을
송금하고 결과를 통보해주었더니 잘 먹어보고 효과가 있으면 꼭 구입해달라는 신신당부였다.
어찌하였건 요즘 하루 한 번 그 홍삼제품을 먹고 있는데 그렇게 하루아침에 무엇이 눈에 띄게 좋아지리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먹고 있다. 사실은 홍삼제품이 몸에 좋다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체험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가 길을 오가며 부쩍 늘어난 인삼제품판매점에 눈이 간 지 꽤 여러 달 되었던 참이라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보통 때처럼 딱 부러지게 끊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귀가 얇은 사람에게는 그 대가(?)에 상관없이 무엇인가 선물이 넘치는 모양이라 스스로 위로하며....
In the wonders of creation we see God at work.
창조의
경이로움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