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어머님의 CD

평화 강명옥 2005. 10. 2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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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머님의 CD가 완성되었다. 아버님의 1주기를 위해 시댁에 간 첫 날 저녁을 먹은 후 바로 어머님의 CD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미리 준비해간 반주에 맞춰 차례차례 찬송가를 부르셔서 녹음을 했다. 그리고 예전에 어머님이 쓰셨던 시에 맞춰 남편이 배경 음악을 작곡했었는데 그 곡에 맞춰 시 낭송을 하셨다. 마지막으로 CD를 들을 사람들에게 보내는 인사말씀을 즉석에서 쓰시고는 바로 녹음을 하셨다. 별도의 연습이 없이 바로 바로 녹음이 끝나 불과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 찬양하시는 것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특별한 연습이 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아버님의 추도식에 참석하실 친척들과 자손들에게 나눠줄 양으로 20장의 CD를 구웠고 다음날 오전에는 CD 케이스까지 구입해서 모든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오후에는 목사님이신 고모부님의 인도로 아버님을 추모하는 예배를 드렸다. 예배 도중에 어머님을 비롯한 모인 친척들과 형제들이 아버님에 대한 추억을 나누었고 어머님의 CD를 들었다. 아버님은 세상을 떠나시기 불과 며칠 전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평안한 모습으로 가셨는데 그것은 평생을 아버님을 위해 기도해오신 어머님과 고모부님 내외분의 간절한 기도의 열매였다.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는 길 내내 어머님의 CD를 들었다. 어머님의 일생을 아는 우리 모두는 그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어머님의 삶을 들려주시는 이야기인줄 아는 지라 듣고 또 들어도 숙연해지고 어머님 목소리의 특징이 뚜렷한 찬송가도 계속 들으며 그 속에 담긴 어머님의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며칠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어머님의 CD를 내내 틀고 들었다.

 

80을 바로 눈앞에 두신 어머님의 기력은 아직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정정하시다. 우리가 머물던 며칠 동안 어머님은 계속 바쁘셨다. 워낙 활동이 많으신데다가 아파트 노인회장직을 맡아 보신지가 몇 년 되었는데 자리가 자리인지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자문하시고 봉사하시느라 바쁘신 것이었다. 같이 노인회에서 어울리시던 분들이 자녀들과의 갈등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떠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어른으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충고할 때 충고하시고 화해, 조정을 맡아서 처리하셨다. 우리가 떠나오던 날도 어머님은 교회 권사님들과의 모임으로 먼저 집을 나가셨고 우리가 나중에 전화로 인사를 드렸다.

 

언제 뵈어도 좋으신 모습이고 좋으신 말씀으로 자녀들을 훈계하시고 감싸시는데 그 온유함과 사랑을 절절이 느끼게 된다. 그것이 우리 형제들이 어머님 말씀이라면 그리고 어머님 일이라면 모두 꼼짝 못하고 순종하고 따라가는 이유이다. 적절한 시기에 어머님의 CD 2집을 만들 예정이다. 좀 더 건강하시고 즐겁게 그리고 기쁘게 시간을 보내시기를 기도한다.


When you feel like complaining, think of all that Jesus endured.
 불평하고 싶어지면 예수님께서 감수하신 모든 것들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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