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여고동창생

평화 강명옥 2006. 3. 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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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고등학교에서 총동창회 성격의 모임을 한 적이 있다. 동문들로 하여금 학교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에서 한 것이었는데 그 때 정말 학교 졸업한 후 처음 본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다.

 

어쩜 그리도 예전 모습이 그대로인지 서로들 많이 놀랬다. 소녀에서 나이 든 아줌마의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스타일은 다들 그대로여서 몇 십 년의 간격을 전혀 느낄 새 없이 바로 옛날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고 작년 말쯤에 한 친구가 유난히 생각이 나서 문자 메시지로 송년인사를 보냈는데 얼마 후 연락이 왔다. 그러지 않아도 한 친구가 한턱을 낼 일이 있는데 같이 만나자는 것이었다.

 

16살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을 했던 친구이고 해서 여럿이 같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 날 우리는 30년도 넘은 고등학교 시절의 가지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참 많이 웃었다. 서로가 각자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마치 그 시절의 퍼즐을 맞춰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아버지 장례식때 첫 날 제일 먼저 달려왔다. 한 친구가 작년에 대학 입학 포기를 하고 재수한 딸이 원하던 한의대에 들어갔다고 해서 저녁을 산다고 연락이 와서 보게 되었다.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일 이야기 등등...소재는 끝이 없었는데 모임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것은 고등학교 소녀시절 이야기였다.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하던 시절이라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그 때는 참 크게 생각했던 일들이 많이 이야기되었다.

 

이야기하면서도 하는 이야기가
"그동안 편하게 살아왔다는 거야. 그렇게 옛날 이야기를 시시콜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게 아니지, 그 때는 요만한 일도 얼마나 크게 느껴지고 심각했니..."    
"맞아, 그 때 일들은 작은 거라도 큰 충격이었지..."

 

그 날 모임에 처음 나온 친구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친정어머니 팔순을 맞이해서 한국에 온 김에 날짜가 맞아서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 봤을 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주 보고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분하고 조용했던 고교시절의 모습이 옛날 영화 필름처럼 죽 떠오르는 것이었다.

 

지역문화활동을 하는 친구는 지역의 소공연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명이 소액을 투자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한 친구는 인테리어 일을 하며 봉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가족 중에 취미의 경지를 넘어선 와인 전문가가 있어 갑자기 와인 바에 투자하게 되어 바빠졌다고 한다. 또 한 친구는 모교에 선생님으로 있어 모교 소식을 늘 잘 전해준다. 교육 관련 공부를 계속한 친구는 연구소에 근무하며 나름대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다시 만나기 시작한 친구들은 앞으로도 두 달에 한번씩은 보자고 하며 다시 만날 날을 정하였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 친구는 앞으로 한국에 올 때마다 보게 될 것 같다. 다시 만나게 된지 몇 달만에 친구들 주변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

 

고교 동창생들을 만나는 것이 몇 십 년을 뛰어넘었음에도 편하고 기다려질 만큼 좋다. 아마도 어릴 적, 그리고 친구들 말대로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을 같이 이야기하며 웃고 보낸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격동(?)의 중년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 두 달 후에 만날 때는 친구들 주변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기대도 되는데 변함 없는 것은 우리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옛날 이야기를 여전히 하게될 것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다. 

 

 

Our love for God is seen in our love for others.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 속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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