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생일에

평화 강명옥 2006. 3. 1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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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아버지 돌아가신 날이 내 음력생일이었다. 돌아가신 지 열흘 뒤 양력생일이 돌아왔고 생일날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께 갔다.

 

포천에 있는 교회장지에 납골묘 형식으로 모셨는데 산 중턱이라 높아서 어머니가 다니시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공원묘원 입구 가까이 평지에 다시 자리를 마련했다. 그 곳으로 모신 후로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차 창 밖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아버지 계신 곳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에도 알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아버지 자리는 양지바른 자리이고 산소 앞 전망이 훤하게 트여 있어 편안하게 느껴졌다. 불과 며칠 안된 사이에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드나들던 새들이 실례를 한 자국이 보였는데 어머니가 정성스레 닦으시면서 말씀하셨다. 평생을 곱게 사시더니 가시는 길도 곱게 가시고 쉬는 곳도 이렇게 편안하다고...

 

그간 우리 집에서는 개성에 선산이 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사를 몰랐기에 명절이면 외가선산으로 성묘를 다녀왔다. 앞으로는 아버지가 계신 포천으로 다니게 되었다.

 

아버지가 계신 곳은 여러 교회와 성당이 일부씩 구입해서 사용하는 곳이어서 주변 산소 옆비석들에 거의 십자가와 성경말씀이 새겨져 있었다. '성도 ㅇㅇㅇ 지묘'라고 써 있는 아버지 비석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평강의 영혼으로 우리를 보시고 계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고 수줍은 소년처럼 웃으시던 미소가 보이는 듯 했다.
 
"왔니? 나는 평안하다."

 

돌아오는 주일날은 온 가족이 아버지에게 가기로 하였다. 앞으로 아버지 계신 곳이 우리가 자주 나들이 가는 장소가 될 것 같다.   


Genuine concern for others is the mark of a great spiritual coach.
 남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는 위대한 영적 코치의 증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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