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수의(壽衣) 말썽

평화 강명옥 2006. 3. 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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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아버지와 당신의 사후를 미리 준비하신다고 무슨 보험인가에 드셨다고 했다. 되도록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뜻에서 하셨으려니 하고 무심코 지나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문제가 되었다.

 

어머니는 두 분의 수의를 받아놓으신 상태였는데 계약금액(한 분당 200만원)을 지불하면 가마모양으로 특별제작한 장의차는 물론 일체의 장례절차를 다 감당해주는 것으로 아셨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일이 닥쳐서 알아보니 장의차는 무료인데 나머지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은 별도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면서 다른 곳에 장례절차를 이용하기가 어려웠고 우여곡절 끝에 기왕에 받은 수의와 무료로 오게되어 있는 장의차를 사용하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절차는 없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더불어 200만을 지불한 상태에서 앞으로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200만원은 하지 않기로 했고 이것은 모두 전화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장례식이 다 끝난 지 열흘이 지나서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왜 매달 분할해서 납부하기로 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느냐는 독촉 전화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더 이상 납부는 없기로 했다는데 무슨 말이냐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했더니 증거가 있느냐고 따졌단다. 

 

그래서 며칠 간의 전화 공방이 이어졌는데

 

첫째 전화로 이야기할 당시 서로간에 다른 생각으로 통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장의사 쪽은 계약금액(400만원)에 대한 고지서가 이미 발급된 상태에서 그 돈이 다 지불된다는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둘째 계약 후 반품이나 계약 파기는 15일 이내에 해야하는데 이미 그 기간이 6개월 이상 지났다고 한다.

 

셋째 어머니가 글을 아시는 분으로 일체의 장례절차를 무료로 해준다는 이야기를 설사 들으셨다고 해도 계약서를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자기네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넷째 자기네는 장의사 서비스만 할 뿐 막상 비용을 걷는 곳은 다른 회사인데 왜 자기네에게 전화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다섯째 결국 해결이 안되면 법적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갔을 때 어머니가 계약하신 것과 유사한 노인들을 홀리는 그런 사례들이 많다는 기사 복사본이 있었고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장례용품판매장에는 다양한 수의가 있었다. 어머니가 받아놓으신 종류의 수의도 있었다.
 
어머니의 상심이 크셨고 그러한 어머니의 뜻대로 해드리자는 의미에서 계약파기를 하려다 수의를 쓰고 더 이상의 납부는 없기로, 무료장의차는 사용키로 구두로 한 것이었는데 결과가 이상하게 되었다.  

 

이제서야 자세히 보니 계약당사자는 장의사로 되어있는데 지로를 발행한 곳은 ㅇㅇ통상으로 되어 있었다. 집에서 장례를 치른다면 이 계약이 그런 대로 괜찮은 계약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대부분 병원장례식장이니 전문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이중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노인들을 상대로 유흥도 하고 약을 파는 곳에서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이사항은 상해 사망 또는 후유장해시 1천만원을 지불한다는 단체상해보험이 추가되어 있었다.

 

변호사 공증까지 받아 작성된 계약서는 전체적으로 그럴싸해 보였지만 무엇인가 속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결국 더 이상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아 결국 나머지 200만원도 지불하고 끝내기로 했다.

 

노인들을 현혹해서 벌어지는 이런 류의 상술은 정말 없어졌으면 한다. 마지막 가는 길의 준비를 당신의 손으로 하시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생각 없이 상술에 말려든 철없는 할머니의 철없는 행동으로 결론이 나고 앞으로는 이런 것에 절대 속지 마시라는 당부를 하고 또 해야하게 생겼다.

 

참고로 우리가 장례식을 치뤘던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무엇보다 직원들 모두가 친절했고, 필요로 하는 모든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필요 용품은 다 준비되어 있었다. 새삼 며칠 간 시끄러운 일을 겪고 보니 유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세세하게 신경을 썼던 그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Let God's Word fill your memory, rule your heart, and guide your feet. 
너의 기억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가득하게 하여 너의 마음을 다스리고 너의 걸음을 인도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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