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쓰레기 줍기

평화 강명옥 2006. 4. 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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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가 끝난 후 교회 주변 마을 청소를 하였다. 집사님들이 부삽을 들고 교회 마당 '예뜰'을 빙 둘러싸고 있는 도랑에 옆 땅들과 경계를 구분 짓는 작업을 하고, 나를 비롯해서 몇 분 집사님들이 커다란 쓰레기 봉투와 기다란 집게를 들고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익숙하지 않은 집게로 휴지며, 담배꽁초며 한참 줍고 있는데 유년부 학생(초등학교 3학년) 셋이서 자기들 키 반보다 더 긴 집게를 들고 따라왔다. 교회 주변에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골목이 그리 넓지는 않은데 구석구석 꽤 쓰레기가 많은 편이었다.

 

두 서너 골목을 지나가자 봉투가 차기 시작했고 마침 아이들이 잘 가는 '개구리슈퍼' 앞을 지나가게 되어서 다같이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잠시 쉬었다. 그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데 한 아이가 물었다.

 

"교회에서는 목사님이 제일 높지요? 그 다음에는 누가 높아요?"
"부목사님!"
"아니야, 다 똑같애."

 

교회에 오면 여러 호칭들이 있으니 무엇인가 서열이 있다고 느꼈나 보다. 목사님은 하나님 말씀을 전하시는 분이고 다른 분들은 같은 성도들이라고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는 각자 다니는 학교들 이름도 듣고 유년부에서 둘은 같은 반이라는 둥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자신들의 부모 이름을 알자 깜짝 놀라며들 묻는다.

 

"어떻게 아세요?"
"네 엄마 학생 때부터 알았는걸...교회 오래 다녔으니까 알지."

 

그러고 보니, 나만 마냥 청춘인줄 지냈는데 어느 사이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그 아이들과 함께 마을 청소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쓰레기 줍는 것도 일이라고 허리가 쑤시기 시작하는 것이 흐린 날씨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꽉 찬 쓰레기 봉투를 가져다 놓고 마무리를 하였다.

 

오늘 나와 같이 열심히 쓰레기를 주웠던, 착한 세 아이 - 양미연, 이예지, 박하영 - 부모들이 기도하고 키우는 그 아이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

 

 

A willing spirit changes the drudgery of duty into a labor of love. 
자원하는 심령은 의무의 고역을 사랑의 수고로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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