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이런저런 건망증

평화 강명옥 2006. 7. 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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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증 보여주고 서류를 신청했다. 담당직원에게서 주민등록증을 받고 지갑에 넣은 다음 얼마냐 물었더니 950원이란다. 1000원짜리를 내고 50원을 거슬러 받은후 뒤돌아 나가는데 뒤에서 다급하게 부른다. "선생님, 서류 가져가세요!" "엉?" 돌아보니 내가 신청한 서류 두 장이 얌전하게 직원 앞에 놓여 있다. 예전 언젠가 주민등록증을 놓고 간 적이 있어서 주민등록증만 신경 썼던 탓이다. 그래도 요즘 동사무소가 많이 좋아졌다. 호칭이 '선생님'으로 바뀌었으니...

 

2. 요즘 계절학기 강의를 하느라 매일 학교에 간다. 강의 끝나고 가방 챙겨서 나오는데 학생이 부른다. "교수님, 우산 가져가세요." "엉?" 돌아보니 의자 위에 우산이 놓여져 있다. 왜 그리 안 보이는지...."나이 먹으니 어쩔 수 없구나."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집어들었다.

 

3. 강의가 두 시간이라 한 시간 끝나고 5분 정도 쉰 다음 다시 강의를 한다. 손목시계를 진즉에 잃어버린 터라 휴대폰으로 시간을 봤는데 불편했다. 그래서 남편 손목시계를 빌려 가지고 가서 교탁 위에 놓고 강의를 했다. 강의 끝나고 집에 와서 가방을 정리하다 보니 그 때서야 시계를 교탁 위에 놓고 온 생각이 났다. 부랴부랴 학생에게 연락을 해서 챙겨 놓으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더 늦기 전에 발견해서...

 

4. 집에서 무엇인가를 하다가 갑자기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가방 속부터 시작해서 이 방, 저 방, 온갖 데를 찾아도 안 보인다. 혹시 차에 두었나 싶어 내려가 뒤져보았는데 역시 없다. 마지막으로 구원 투수(?)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하루걸러 한번 씩 일어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남편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한번 찬찬히 차를 뒤져보라고 했다. 내가 핸드폰으로 통화한 것이 강의 끝나고 나오며 차안에서 한 것이라는 것이다. "없던데...."그러면서도 다시 차를 열었더니 바로 운전석 옆자리에 우산 밑에 놓여 있었다.

 

5. 커피 마신다고 주전자에 물을 넣어 가스 불 위에 올려놓고 잠깐 돌아서서 무엇인가를 하다보면 주전자가 가스 불 위에 올려졌다는 것을 그야말로 새카많게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주전자를 새카많게 태우기를 여러 번. 보다 못한 남편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전기 커피포트를 샀다.

 

남편은 나를 보면 불안불안 하단다. 건망증 에피소드는 날이 갈수록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나도 웬만하면 가방 하나로 통일해서 들고 다니고 두 가지 이상을 손에 들고 다니지 않는다.

 

건망증으로 인해 사단이 벌어질 때마다 "나이가 들어서..."라고는 하는데 사실 내 건망증은 10대부터였다. 거의 매일 내 손목시계를 찾아주시는 것은 아버지 몫이었고 내가 일년에 잃어버리는 우산은 세지 않은지 오래였으니까....   

 


Work done well for Christ will receive a "well done" from Christ. 
그리스도를 위하여 행한 일은 “잘 하였다”는 주님의 칭찬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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