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업보

평화 강명옥 2001. 12. 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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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참 잠이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이 시작되면 나의 방학계획표 제 1번이 잠자는 것이었다.
방학이 시작된 날부터 삼일간은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잤다.
엄마가 때되어 밥 먹으라고 깨울 때만 일어나 먹고는 다시 꿈나라로 직행.

밤에는 늦게까지 앉아 있을 수 있지만 대신 아침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혼자 일어날 능력이 없었다.
늘 나를 깨우는 몫은 친정아버지이셨다.

깨운다고 단번에 일어나지도 못해 늘 5분만, 3분만, 1분만...
그러다가 어쩔 수 없는 시간이 되어야 후닥닥 일어났다.

친정어머니는 세상없어도 아침은 먹여 보내야 하는 것으로 아셨다.
뛰어나가다가 어머니 손에 붙들려 30초간 먹고 나간 적이 다반사...
나중에는 그것도 도저히 안되어 우유 한잔으로 바뀌었다.

결혼 후.
완전히 사태가 바뀌었다.
꼭 나 같은 남편을 만난 것이었다.

아침을 챙기느라 남편보다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침준비, 출근준비하며 들락날락 거리며 깨우기를 꽤 해야 일어나는 남편.
나처럼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되어야 일어나는 남편을 보면서 한 생각.
'업보다 업보야.'

평일은 물론 주일 아침에도 교회 가는 시간 늦지 않게 깨워 주셨던 아버지.
일년 열두 달을 매일같이 깨우신 것이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비로소 알았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요즘 남편은 옛날의 나처럼 아침을 두유 한잔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는 자명종의 시간을 서너 번씩 변경해가며 남편을 깨우고 있다.

Trust in the Lord with all your heart 

and lean not on your own understanding.(Proverbs 3:5)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화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잠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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