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앗! 들켰다.

평화 강명옥 2001. 12. 8. 08:13
반응형
SMALL
드디어 오늘 아침 발각되었다.
숙직을 하고 아침 일찍 들어온 남편 문을 열자마자 하는 말,
"차 옆이 길게 그어졌던데 봤어? 알아?"
"음...그래요?..."

잠깐 자고 출근하는 남편을 모셔다 드리는 자리. 또 묻는다.
"봤어? 어디서 긁혔을까? 완전히 한 일자던데..."
"좁은 골목 통과하느라 긁힌 것 같아요. 도장을 새로 해야겠지?"
"당분간은 그냥 다니지 뭐...하려면 백 만원은 들것 같은데?"

매일 모셔다 드리는 덕분에 차 배린 것은 무사 통과되었다.
남편은 운전을 하는데 들어가는 필요비용이라고 포기한 것 같았다.

매일 아침 새로 시작된 남편의 감사.
"그렇게 콱콱 밟는 게 아니라고. 살짝 살짝. 브레이크도 악셀도."
공항 다녀올 때 "밟아 밟아" 가 이제는 "살짝 살짝"으로 바뀌었다.

계속 "살짝살짝"을 외치던 남편 느닷없이 하는 말씀.
"자기 성격이 그래 꼭 성격대로야 불뚝불뚝 하는 거..."
"웬 말씀. 침착 그자체인 사람보고...."
"그러게 사람은 살아봐야 안다니까...하하하."

열 받아서 부르르(?) 하는 내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남편이 너무 놀랐었다.
그리고 가끔씩 내가 열 받을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은 거꾸로 침착해진다.
그리고는 내 열을 식히는데...이제는 나보다 내 성격을 더 잘 안다.

결혼한 지 얼마 후 남편이 한숨을 쉬며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만사에 꼼꼼하고 찬찬해서 나를 챙겨주겠구나 했더니만...완전히 덜렁이야.
항상 불안하다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고 뭘 또 빠뜨릴지 모른다니까..."

그려요... 다 남편 덕에 살아요...내 복이지요...


반응형
LIST

'살아가노라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업보  (0) 2001.12.14
결혼 후 이룬 두 가지 소원  (0) 2001.12.12
그 많은 시간 다 뭐했어? (2)  (0) 2001.12.07
나이 40이 넘고 보니...  (0) 2001.12.06
남편 이뻐하기  (0) 200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