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이야기

검은 사람, 검은 소, 검은 양...

평화 강명옥 2007. 10. 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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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시골길을 여기저기 다니는 동안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검은 소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말도 타고 다니거나 마차를 끌게 한 것이 많았는데 역시 검은 말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양도 보통 하얗다는 이미지가 많이 깨진 것이 여기 에티오피아를 보면서였다. 검은 양, 커피색 양, 초콜릿색 양, 얼룩양이 더 많았다.


검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도 사람들을 닮은 것인지 아니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검은 색이 많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드문 에티오피아에서 도로의 주인은 차가 아니었다. 사람들과 동물들이 주인이었고 도무지 차에 대해 경계를 하는 것도 없었다. 자동차 앞을 느릿느릿 걸어 지나가는 소나 양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소나 당나귀 같은 동물은 동물이 아니라 여기 사람들의 가족이나 친구 같은 분위기였다.


또 에티오피아 사람들과 동물들이 닮은 점이 눈에 띄었다. 주로 걷는 생활을 많이 해서인지 사람들의 걷는 자세가 똑바르다는 것과 무척 날씬하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동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넓은 땅에서 방목으로 키워서인가 소고 말이고 양이고 모두 날씬하였다.(?)


짐을 잔뜩 지고 가는 당나귀의 표정이나 작대가 하나 들고 그 뒤를 터덜거리며 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주인이 모는 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황소의 눈이나 몰고 가는 소년의 눈이나 커다랗고 순진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연의 일부로 태어나 자연의 일부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에티오피아 사람들과 동물들은 존재 자체가 자연으로 보였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주인으로 보였는데 초원의 나라 에티오피아에서는 사람은 자연의 많은 부분 중의 일부처럼 보였다. 자연 친화적으로 복잡한 세상에 대해 잘 모르며 초원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맨발이라고 해서 그리고 입고 있는 옷이 비싼 것이 아니라고 해서 결코 슬프거나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는 삶과 온갖 문명의 각종 이기들 속에서 치이다 시피 살아가는 삶과 그 경중을 누가 재랴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


하나님이 보실 때에는 우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떠할까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 출장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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