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평화 강명옥 2002. 3. 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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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어디 가서 물건값을 잘 깎지 못한다.
기껏 한다는 말이 "이거 조금 덜 받으실 수 있을까요?"
물론 대부분이 "안됩니다. 손해보고 부른 값이에요."라는 답을 듣고는 달라는 가격대로 지불하기가 일쑤이다.
그래서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대부분 정찰제로 파는 곳에서 구입한다.

그러나 가끔 장을 보고 오다가 노점상 할머니들에게 나물, 고추, 상추 등을 조금씩 살 경우가
있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식구라야 남편과 둘이라 무엇이든 500원어치씩 사면 적당하거나 조금 넘거나 하는데 요즘은
무엇이든 기본이 1000원어치이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안 판다고 박대를 받은 적도 있다.

어제도 장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주 싱싱하고 맛있어 보이는 상추가 있길래 망설이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기요...500원어치만 주실 수 있을까요?"
뭔 소리냐는 듯이 아주머니 표정이 영 아니올씨다였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한번 더 말을 붙여봤다.
"식구가 둘이라 많이 먹지 못하고 그냥 버릴 때가 있어서요."
제법 긴(?) 설명이 끝나자 아주머니는 대답 없이 비닐봉지에 상추를 담아서 건네 줬다.

그런데 양이 500원어치치고는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상추를 너무 많이 담으신 것 같은데요?"
"얼굴이 얌전해서..."

절대 더 달라는 소리를 못하는 내가 처음으로 상추를 덤으로 많이 받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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