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왕과 여왕

평화 강명옥 2002. 3. 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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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아내는 남편을 왕처럼 모시고 남편은 아내를 여왕처럼 모신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얼추 비슷한 것 같다. 집에 들어오면 전혀 움직일 필요 없게 뒷바라지하는 나로 인해 남편은 왕이 된다.

"좋군요/ 잘했어요/ 그럼요/ 맞아요/ 어쩌면 이렇게 이쁠까(?)/ 난 왜 이렇게 자기가 좋은 거지(?)"
늘 칭찬과 격려와 좋은 소리에 파묻혀 사는 남편이다.

"자기야......" 말 떨어지기 무섭게 무엇이든 바로 해주는 내가 확실히 남편을 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남편은 내게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한다"라고 볼멘 소리를 할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완전한 왕이라고 못 느끼는 듯도 싶다.

그럼 나는 확실한 여왕인가?
남편으로 인해 속을 썩을 일이 없다는 점에서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밥하는 여왕 봤는가? 빨래 너는 여왕 있는가? 걸레질하며 여왕의 품위가 나오는가?
그럼에도 나는 매일 남편을 볼 때마다 여왕 같은 기분으로 산다.

여왕 이야기하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미모와 화장, 멋쟁이 그리고 미용실 등등...이러한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내가 '5월의 여왕'에 뽑힌 적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5월 어느 날.  선생님께서 우리 반도 5월의 여왕을 뽑아보자고 하셨고 투표를 하였다. 인기 투표였던 셈인데 압도적으로 내가 뽑혔었다. 어휴 그 쑥쓰러움이란....스스로 그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이후 대학 1학년 때 학교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스스로 여왕임을 주장(?)한 적이 있다. 그 때까지 각 학교가 메이퀸을 뽑았고 그것이 신문에 보도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여성의식(?)이 높아지면서 메이퀸 무용론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학생들 여론을 물은 것이었다.

그 때 인터뷰에서 했던 나의 대답.
"이 시대에 왜 메이퀸이 필요합니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메이퀸입니다."
그 해부터 학교 축제 때 메이퀸 행사가 사라졌고 다른 학교들도 차츰 폐지해서 완전히 없어졌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미인대회가 웬 말이냐, 없애자 라는 운동이 차츰 일어나는 것을 보아 장차 각종 미인대회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각자가 자기 인생의 왕이고 여왕이지 않겠는가?
내가 왕이면 다른 사람도 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산다면 인간관계 문제가 많이 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각자는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박으시면서 까지 구원해주신 귀한 왕이고 여왕들이다. 왕답게 여왕답게 사는 것은 각자의 책임이고 몫이다.

 

 

A faith that costs nothing and demands nothing is worth nothing.
 아무 것도 희생하지 않고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믿음은 아무 가치가 없다.



제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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