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사직서(2)

평화 강명옥 2002. 3. 2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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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식적으로 일을 새로 시작한지 1년도 안되어서 그만 둔다는 것은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는 일이라 더욱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후 다시 장염증세가 악화되어 눕게되었다.
사무실은 평화와 인권에 관한 국제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는 일과 영문잡지, 국문잡지 발간 일로 모두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중이었다.

며칠 쉬다 출근한다는 것이 그만 길어져 병원에서 2주 진단을 받게 되었다.
매일 약을 먹고 오래 잠을 자는 동안 서서히 결심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무시하고 살아왔던 건강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 많이 고쳐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치리를 받았으면서도 아직 고치지 못한 게 있구나 하는 자탄과 함께...

욕심을 많이 덜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일에 대한 욕심과 사회적 명예에 대한 욕심을 붙들고 있는
나를 보게 된 것이었다.
몸이 아프고 보니 모든 것이 다 덧없게 느껴졌다.

남편에게 아무래도 그만두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듣고있던 남편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자기가 정말 힘든가 보다. 웬만하면 일이 좋아서도 그만둔다고 안 할텐데.."

병가가 끝나는 날 교육원에 가서 원장님에게 사의를 표명하였다.
원장님은 건강에 대해 걱정하시면서 몇 달간의 장기 병가로 쉬고 일을 다시 시작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그러나 이제 출범한지 1년이 안된 기구에서 장기 병가를 한다는 것이 제도상으로 어려웠고
도리상으로도 안 될 이야기였다.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란 판인데 월급을 받으며 쉴 수는 없었다.

며칠 후 내 생애 세 번 째의 사직서를 써서 사무실로 보냈다.
서운해하는 직원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일을 시작한지 정확히 6개월만에 나의 새로운 일은 마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하는 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매일 기도를 하는 가운데 '제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주께서 시키시는 일에 대해서 감당할
힘을 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나오는 것을 보아 이 휴식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Live so that others will want to know your Savior
사람들이 당신의 구주를 알고 싶어지도록 당신의 삶을 사십시오


개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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