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종로3가 국일관

평화 강명옥 2002. 3. 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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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종로를 지나칠 때면 3가에 있는 국일관으로 눈이 간다.
대학 1학년 1학기 종강파티를 할 때 겪었던 희한한 경험 때문이다.

당시는 개강, 종강파티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과대표가 해야하는 주요 일 중의 하나가 미팅주선과 개강, 종강파티 주선이었다.

1학기 끝나가던 무렵, 한 친구가 소개해서 같은 학년인 S대 치대와 종강파티를 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 60명 상대방 학교 60명 도합 120명이 모이는 자리였다.
장소는 종로3가 국일관 지하 레스토랑을 빌리기로 했다.

대학 입학 후 처음 큰 행사를 치루는 것이라 많이 긴장했었다.
전날 밤 꿈을 꾸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우리가 빌린 장소가 문제가 생겨서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주변 찻집에 흩어져서 기다리고 나는 이리저리 문제를 해결한다고 바삐 다니고.

다음날 아침에 깨어서 참 이상도 하다 생각하며 학교에 갔고 파트너를 정하기 위한 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약속시간 두시간 전에 사전 점검을 위해 레스토랑에를 갔다.

주인을 만나니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종로경찰서가 대학생들이 120명씩이나 모인다는 것을 알고 집회가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고 형사들이
와서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정치집회를 하는 것이 아니고 종강파티로 노는 자리라고 설명을 해도 통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상대방 학교 과대표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고 행사를 취소할 것이냐를 놓고 협의를 하는 가운데
각자 지도교수님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다.

상대방 학교에서는 금방 지도교수님과 조교들 몇 사람이 달려왔다.
우리 지도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교수님 말씀인즉 그것은 대표가 학생들과 사적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왜 교수가 관여해야 하는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대방 학교 지도교수님과 형사들이 협의한 끝에 지도교수님과 형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사를
치루고 끝나면 우리 학생들은 종로로 상대방 학생들은 청계천으로 나가서 흩어진다는 약속을 하였다.
형사들은 끝까지 우리가 데모를 위한 위장 모임이었다고 판단을 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정시간보다 두시간 늦게 시작된 종강파티.
상대방 학교 대표와 협의해서 파트너를 정해주고
자리에 앉고 보니 맥이 다 풀렸다.
종강파티가 시작되기까지 친구들은 근처 찻집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꿈속의 장면처럼 정말 비가
와서 날은 우중충했으며 나는 여러 찻집을 왔다갔다하며 바빴었던 것이었다.

교수님과 형사들이 보는 가운데 치러진 종강파티에서 학생들은 나름대로 신나게(?) 놀고 그 종강파티는
끝났다.
돌이켜 보면 다음 날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꿈속에서 본 셈이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뒤 하나님 앞으로 돌아와 다시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어느 날 송집사님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같은 학번이고 S대 치대를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1학년 종강파티에 참석했었느냐고
물었더니 그 혼란스러웠던 파티를 기억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오래 되어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여학생 대표가 빨간 스카프를 했는데
그 날의 소동과 대비되어 기억이 난다고 하였다.

그 빨간 스카프의 대표가 나였다.
정말 사람은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Only Christ the living water can quench our spiritual thirst.
생명수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영적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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