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를 받아도 선을 봐도 절대 애프터를 하지 않고 독야청청 잘 지냈던 나는 늘 결혼의 조건으로
하나님을 믿을 것 그리고 사랑할 것을
이야기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 나이에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늘 있었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사랑해서보다는 적당한 조건의 사람과 적당히 결혼하게 될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으로 인해 스스로 단정하고 단념한 부분이 더
컸다.
그런데 결혼을 결정하고 나자 그 때부터 불이 붙기 시작하는데 완전히 열병처럼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둘 다 참 어지간히도
바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도 보지 못하면 견디지를 못했다.
어느 날은 일과 후에 만나 저녁을 먹고 데려다 주고 간 예비신랑이
집에 도착하고 전화를 해왔다.
그 시간이 밤 2시. 그 때부터 무엇이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 서로 전화를 끊지 못하고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니 동이 터 오고 날이 밝았다.
"지금 잘 수도 없는데 그냥 출근합시다. 내가 지금 집 앞으로 갈 테니 나와요."
그래서 몇 시간만에 집 앞으로 다시 온 예비신랑과 함께 북악스카이웨이로 올라가 아무도 없는
새벽에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다시
이야기하다가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고 출근.
한번은 국제워크샵을 치르느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예비신랑을 잠깐 만나러
간 시간이 밤 11시 반이었고 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간 시간은 밤 3시였다. 그 때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그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시던 어머니의 눈에 띄었다.
다음날 어머니가 불러서 말씀하셨다. 밤3시에 비가 내리는데 나를 데려다 주고 뒤돌아서 가는 우산 쓴 예비신랑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러다 나이 든(당시 나 38세, 예비신랑 43세) 두 사람 쓰러지겠다 싶은 생각이 드셨다며 결혼 날을 잡자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11월에 결혼 날짜가 결정되었다.
We can't go wrong if we follow
God's lead.
(하나님의 인도에 순종하면 잘못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