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열애(8)

평화 강명옥 2002. 8. 2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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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 정신없이 지내는 나날들이 흘러갔다. 그러던 8월 어느 토요일, 여성관련 국제워크샵에 참석하고 있던 중에 같이 참석하였던 이과장께 전화가 왔다. 다음 주에 있는 인사 때 해외발령을 내려고 하는데 동의하느냐는.

전화를 끊은 이과장은 아무래도 내가 해외파견자 명단에 들어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거 큰일났다 싶었다. 그렇게 되면 9월에 외국으로 가야 하는데 그럼 결혼은?

당장 예비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외발령 난 것 같으니 월요일에 협력단에 와서 총재를 만나 결혼사실을 통보하라고...

그렇게 해서 예비신랑은 월요일 오후에 협력단 총재를 예방하였고 우리의 결혼 사실을 알렸다. 이야기를 들은 총재님의 반응은 "지금 나한테 강과장 해외발령에서 빼달라고 온 것이냐?"는것이었다고 했다.

예비신랑이 돌아간 직후 나의 결혼소식이 순식간에 퍼졌다. 전에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3층에 있던 사무실로 단숨에 뛰어올라와 숨을 몰아쉬며 확인을 하였다.

 

"부장님과 결혼하신다는 말씀 정말이세요? 믿을 수가 없어요."

 

그 직원은 몇 년 간 같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가깝게 지내던 부장이 혼자 사는 티를 내지 않고 지냈다는 것에 무서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혼자 사는 남자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 사람들이 쇼크를 받은 것이 당연했다. 이후 벌어진 소동은 비슷했다. 역시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나이 많으신 차장님은 잠깐 보자고 하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기요, 혹시 강과장 때문에 부장님 혼자가 되신 것은 아니지요?"

이런 이런...이럴 줄 알았다. 나중에 직원들은 나의 결혼 소식이 너무 쇼킹해서 대규모 인사 발표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예비신랑이 직원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 아니었다면, 내가 하나님과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면 엄청난 오해가 퍼져나갔을 뻔했다.


Conversion is a step of faith : maturity is a journey of faith.
(회신은 믿음의 첫걸음이고 성장은 믿음의 긴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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