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대하여

한국인

평화 강명옥 2002. 8. 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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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어떤 가수가 군 입대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비난을 받더니 급기야는 공항에서 입국을 못하고 되돌아가는 일이 있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것이 화제가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와 단지 영어를 잘한다는 것 하나로 높은 연봉을 받으며 미국인 대접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 언젠가 그런 젊은이들 중의 하나가 그런 이야기를 미국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써서 보냈다가 역으로 한국에 알려지는 바람에 쫓겨났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문제가 안되었을 터인데 역시 가수는 공인이고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입국 금지 조치는 잘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면 본인의 자유인데 억울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나서 미국으로 캐나다로 호주로 뉴질랜드로 필리핀으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만 보내는 경우도 많지만 이제는 엄마가 같이 따라가는 경우도 많이 나온다고. 그래서 한국에서 혼자 살며 벌은 돈을 자식들 유학비용으로 대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 늘고 있다고.

아이들이 고달프게 공부하는 것이 안되었고 사회 생활도 역시 치열한 생존경쟁이라 그것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이유라고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수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역시 열혈 한국인의 기질이 발동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유달리 집단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한국인, 한국사회에서 비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극단적인 처방까지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바울이 유대인으로 함부로 취급을 받다가 자신이 로마인이라는 것을 밝히자 대우가 바뀌고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로 보내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유대인들 중에 지식계급 상층계급은 로마시민권을 가진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마치 오늘날 한국인들 중에 유학 갔다 와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치고 자녀들의 국적이 미국 아닌 경우가 드물 듯이...

당시 로마와 오늘날 미국의 위상 중 어느 쪽이 더 강력했을까...

경제가 세계화되면서 그야말로 지구촌이라고 하는 요즘 시대다. 유럽은 이미 화폐 통일을 하였고 스스로 국적을 따지기 보다 유럽인이라는 인식이 많이 확산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화교경제권을 형성하여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중국인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경제권을 틀어쥔 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는 유대인들.
그것을 생각하면 이 좁은 땅에서 치열하게 다툴 것이 아니라 많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100년 전 나라를 빼앗겨 독립운동 하느라고, 먹고 살 길이 없어 만주로 러시아로 떠났던 선조들.
그들의 후손이 오늘날 중국의 조선족으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이 아닌가.

그에 비하면 오늘날은 여건이 좋은 사람들이 미주로 동남아로 계속 떠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이 안 좋아서 떠나는 것에 대해 문제라는 인식이 많다. 그러나 많이들 나가서 현지에서 잘 정착해서 사는 것도 한국인으로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한국인이 어디 가랴.

오히려 장차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중심국가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감당해야 할 때가 온다면 그렇게 세계 곳곳에서 자리잡은 한국인들의 역할도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 유대인들처럼, 화교들처럼.

아프리카 출장을 갔을 때 놀란 것 중의 하나가 도저히 한국인들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나라에도 진출해서 부자로 살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는 배추가 없으면 양배추로라도 김치를 담궈 먹으며 사는 것을 보며 어디 가든 한국인은 한국인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 갑작스럽게 너도 나도 외국으로 많이 나가는 것이 시대 조류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활동할 날에 대비한 준비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유난히 많은 고통을 겪어왔던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그 사회에 기여하며 산다면 오죽이나 좋은가.

중국에 그리고 동남아에 부는 한류도 그냥 부는 바람 같지는 않다. 요즘 TV에 비춰지는 농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보더라도 무심히 보면 미국경기인지 한국경기인지 구별이 안 된다.

흑인, 백인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섞인 지가 오래이다. 우리 선수들 역시 미국, 유럽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도 많고. 한국 가수들과 탤런트들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 그렇게 인기라는데 알게 모르게 말 그대로 지구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물론 유별나게 한국 교민사회가 현지사회에 적응하기보다는 교민들끼리 복닥 대느라고 문제도 많고 자리 싸움도 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언젠가는 한국에 다시 오겠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고들 하고.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곳으로 진출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사는 것이 한국에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Slander seeks to destroy; rebuke seeks to restore.
 비방은 파괴하려는 것이고, 견책은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사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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