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인 미셸 세르가 사람들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욕망 즉 놀고 먹고 싶은 근성을 '기식(寄食)본능'이라고 명명했다. 더 나아가 이
'거지 근성'이 세계를 움직이는 욕망이요 원동력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기식 본능'에 따라 착취, 기생 구조 위에 문명이
세워졌으며 정당한 노력으로 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사기 치고 구걸해서 타자의 노력에 얹혀 사는 것. 즉 한국사회의 다양한 부패구조도 이
기식논리에 얹으면 설명이 가능하다.
이 절대적 욕망을 현세적 차원에서 실현시켜 주는 지위는 왕이며 왕은 기식의 연쇄고리에서 마지막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백수를 꿈꾸는 자는 사실 왕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문화일보, <북리뷰> 인간은 놀고 먹으려 투쟁한다.
전영선기자/2002-09-02)
얼마 전 '느림의 철학'이 이곳저곳에서 나와 공감하던 차에 셰르의 이론 역시 상당한 충격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떤 우화였던가 이런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평생을 열심히 일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사람이 경치 좋은 바닷가로 휴양을
갔다. 그런데 옆에서 가난한 어부가 일은 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언짢아져서 충고를 했다.
일을 안 하고 이렇게
빈둥빈둥 놀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러자 어부는 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데요? 라고 물었고 부자는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고 답하자
어부는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면 뭐가 좋으냐고 물었다. 나처럼 이렇게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휴양을 하며 인생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고 하자
어부는 그렇게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된 당신이나 나나 여기 바닷가에서 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나...
태국에 파견되어 근무할 때
운전기사가 월급 다음날 사라지고는 다 쓴 다음 나타나서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시사철 더운 나라라 과일이 많아 싸고 옷도 그리
필요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 탓이란다.
특히 대부분이 불교도라 현재 못사는 것은 전생의 업의
결과라고 믿고 현세에 어렵게 사는 것은 후세에는 잘 살게 되므로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게으르고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지런한 것은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급하고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은 수시로
바뀌는 사계절 탓이고...
그리고 선진국에는 유달리 인텔리 거지들이 많다고 한다.. 한번 거지생활 해보면 그 세상 편한 맛에 평생
거지로 살기가 십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눈뜨면 내가 가서 일할 곳이 있는 것을 마냥 행복해하고 내 자리에 앉으면 하나님이 주신
자리라 귀하게 생각하고 한시라도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내게는 기식본능이 꿈처럼 들린다.
Our attitude toward death determines how we live.
(죽음에 대한 태도는 우리가 어떻게
사는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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