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단칼

평화 강명옥 2002. 9.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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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에 다닐 때 같이 근무하던 후배들과 제주도를 간 적이 있다.
출판사에서 기획한 역사유적지 탐방이어서 보통 관광 코스하고는 달랐지만 그래도
한라산에도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바닷가의 어떤 봉우리를 갔었다.

봉우리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셋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사진사
아저씨가 오더니만 자진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해서 셋이 포즈를 취하여
여러 장 찍었다.

그 때 사진사가 지나가는 말로 내게 한 말이 있다.
자신이 관광지에서 많은 사람을 봐와서 관상을 조금 볼 줄 아는데 내가 단칼이란다.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사람들에게 헌신적으로 잘 해주는데 한번 아니다 싶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잘라버리는 성격이란다.

그 말을 들은 나나 후배들이나 참 안 맞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늘 사람관계를 중시하고 마음이 약해 한번 맺은 인연은 웬만해서는 스스로
끊는 법이 없기 때문에 그 말이 이해가 안되었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니 어쩌면 일리가 있는 말이란
생각도 든다.
내가 스스로 정리한 인연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게 안 좋은 면을 보이고 돌아선 사람들에게 일체의 원망이나 탓을
하지 않고 잊어버린 적은 몇 번 있다.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는 일도 다시 돌아보는 일도 없고...그것이 단칼로 표현
된다면 맞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도저히 안보고는 살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참을 만큼 참고 지내다가 주로 내가 크게 한번 당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으로
내가 얽힌 인연의 줄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끊어진다.
돌이켜 보면 스스로 정리할 주제가 못되기 때문에 불쌍히 여기신 하나님의 도움
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의 생각일까?

싫은 소리 못하고 감정 상하는 말못하고 그저 내가 참고 말지 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인연의 줄이 끊겨 내가 감정적으로 홀가분하게 되더라도 그 인연들에 대한 기도는
하고 있다.
제대로 잘 들 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러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응은 다들 받고 사는 것 같다.
꽤 오래 전에 크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잘 되기만 바랬었는데 그리 잘 살고 있지 않다고 들은 요즈음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To gain true freedom, give your life to Christ.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당신의 삶을 그리스도께 바쳐라.)

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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