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행사

파주 반구정

평화 강명옥 2005. 7. 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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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유난히 뜨거운 날 오후에 시원한 정자를 찾아 떠났다.

 

통일로를 달려 먼저 파주시청에 들러 문화관련 자료를 구했다. 역시 한장의 <파주관광안내>도에 지도 및 가볼 만한 문화유적지, 관광지, 삼림욕장, 문화행사 및 축제, 특산물에 관한 내용은 물론 숙박시설과 음식점까지 아주 자세하게 실려 있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각 지역마다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관광에 역점을 두고 있어 가장 충실한 자료를 구하자면 각 지역 행정기관을 방문하면 된다.

 

 

그렇게 자료를 구하고 달려간 곳은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에 있는 반구정이었다.

 

반구정(伴鷗亭)은 방촌 황희 정승의 유업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인 방촌영당(尨村影堂) 안에 있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승이자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삼아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깨끗하게 단장된 영당 내를 둘러보고 나서 돌계단을 올라 제법 높은 언덕위에 자리잡은 반구정

에 오르니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오를 수가 있었다. 반들반들 길이 잘든 정자에 올라 앉아 보니 푸른 하늘과 시원한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며 머릿속은 물론 마음속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강가에는 갈매기가 몇마리 오락가락하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데 팔베개를 하고 누워 보니 지금의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리 한가하고 좋은데 몇 백년 전 황희정승이 앉아 있던 시절에는 얼마나 더 조용하고 깨끗하고 좋았을꼬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릴 적 동화책을 통해 그리고 중고교시절 역사 시간에 배운 황희정승에 대한 기억은 여러 대의 임금을 모시고 정승을 하며 훌륭하게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이었다. 호가 방촌이었다는 것은 반구정을 방문하고서야 알았는데 보통 호와 함께 알려진 다른 위인들 -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 과는 달리 정승직함이 낯이 익어서였나보다. 특히 고려말에도 벼슬을 살았음에도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승으로 더 알려졌다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 왕조가 바뀌어 인생길이 바뀌었던 사육신이나 생육신 그리고 조선 건국에 협조했던 정도전 등의 인물들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비하면 정말 놀라운 일인데 조선 건국 초기에 많은 일을 하였고 특별히 뛰어난 인품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조선 몇 대의 임금을 모신 정승의 지위로 인한 결과였을까?      

 

반구정에서 쉬다가 내려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반구정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몇십 년 전통의 맛집이라는 나루터집에 갔다. 천 여평이 넘는다는 음식점 입구를 들어서니 건물을 지나 강가로 큰 키의 느티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나무 밑으로 평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한꺼번에 몇 백명을 수용할수 있는 규모였다.  군데 군데 양념한 장어를 구워내고 있는 곳에서 나는 냄새가 그 일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총각들이 번쩍번쩍 들어다 주는 밥상을 받아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반구정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다시 반구정으로 올라갔다. 안내문에는 방문시간이 오후 6시까지로 되어 있었는데 사실은 밤 10시까지 개방한다는 이야기를 음식을 먹으면서 들었던 터였기 때문이었다.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시간에 내려다 본 강가의 풍경 또한 나름대로 호젓한 분위기로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못 찍었다는 것이다. 반구정 바로 밑에 군인 초소가 있었고 전방이라 사진은 안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적도 차적도 문명의흔적도 거의 없는 임진강가를 보며 언젠가 통일이 되면 이 조용한 강가 주위가 건물들로 사람들로 북적북적할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기 전에 이렇게 조용한 반구정에 와본 것도 복이다 싶었다.

 

이제 가야겠다 싶어 일어나는데 뭔가 반짝이는 물방울 같은 것이 보였다. "이상하네...비도 안오고 어디서 물방울이 튈 일이 없는데?" 혼자 중얼거리듯 옆에 같이 있던 남편에게 이야기 하자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저 위를 봐...." 정자 천정쪽에서 푸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갈매기인가 비둘기인가 그 새들이 실례한 것이었다. 새들과 함께 머물렀던 그 정자에 언젠가 아주 더운 날 읽을 책을  싸들고 다시 오자고 하며 내려왔는데 필히 모자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God's plans include you. Do your plans include God?
 하나님의 계획에는 당신이 포함되어 있다. 당신의 계획에는 하나님이 포함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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