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서원을 나서서 북쪽으로 올라가 적성향교를 찾아갔다. 그러나 적성향교는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가 문이 닫혀 있어서 그 닫힌 문을 조금 밀쳐 안을 들여다본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다시 방향을 잡고 달려간 곳이 조선시대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황포돛배를 원형대로 복원하여 '임진강8경'을 돌아볼 수 있다는 두지리 나루터였다. 주말이었음에도 방문객은 적었고 한적한 강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돛배를 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화석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왕이면 임진강을 둘러보며 가자는 생각에 바로 강을 건넜고 거기는 파주가 아닌 연천군이었다. 푸르고 조용한 길을 따라 가노라니 '경순왕릉' 표지판이 보여 기왕이면 보고 가자고 들렀더니 초입에서 주민등록증을 맡기란다. 알고 보니 왕릉이 남방분계선 바로 옆에 있는 민통선 안이었다.
경순왕은 신라의 마지막 왕으로 고려 왕건에게 왕위를 넘겨주었으며 왕위에서 물러난 뒤 고려에서 경주를 식읍으로 받아 사심관으로 지냈다고 한다. 경순왕릉은 신라 왕 중 유일하게 경주지역을 벗어나 있다고 한다. 왕릉 옆에 자그마한 재실과 문화재자원봉사자가 근무하는 작은 사무실이 있었다. 천년 사직을 자신의 대에서 마감하며 왕위를 넘겨주었을 경순왕의 심정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시대의 대세에서 더 이상 국권을 회복할 수 없음을 알고 불필요한 전쟁으로 백성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임진강을 건너 파주로 건너와 율곡이 묵상을 하고 시를 지었다는 화석정으로 갔다. 그 이름만큼 멋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갔는데 규모는 작았고 더욱이 정자에는 올라가지 못하게 넓적한 종이띠를 둘러놓았다. 정자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무척 아쉬워하며 정자 뒤로 가니 바로 밑이 차량의 통행량이 많은 대로라 엄청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옆에 돗자리를 깔로 잠시 누워 비록 시끄럽긴 했지만 푸른 하늘과 강을 바라보며 잠시 묵상을 하였다. 돌아 나오며 차라리 반구정처럼 사람들이 정자에 올라가게 하면 바닥이라도 반들반들 윤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제법 널찍한 종합놀이터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대단히 큰 잉어양식장을 겸하고 있었는데 큼지막한 잉어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상당히 볼 만하였다. 보고 먹고 쉬고 놀고.... 좋은 곳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두루두루 좋은 곳을 보고 생각을 하고 이렇게 다닐 수 있는 것에 새삼 감사를 드린 하루였다.
Kindness is treating others the way God treats you.
친절이란
하나님께서 당신을 대하듯이 남을 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