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新풍속도(2) : 산에 오르기

평화 강명옥 2005. 7. 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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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가 인왕산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파트가 인왕산에 붙어 있다시피 해서 현관문을 열면 인왕산의 나무들이 바로 코앞에 있다. 하루종일 뻐꾸기, 까치 등의 여러 산새 소리가 들리고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사르락 거리는 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린다. 여름이 되면서 아침에 눈을 뜨면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밤늦게 되어서야 닫는데 정말 집의 통풍이 잘된다.

 

작년에 이사 온 후 몇 번 인왕산에 올라보았는데 요즈음은 운동 삼아 매일 올라 다닌다. 대개 날씨가 더워 해가 기울어진 오후에 가는데 어쩌다 일찍 잠이 깨는 경우에는 아침 일찍 갈 때도 있다.

 

싸리나무, 소나무, 아카시아나무, 상수리나무 등에 이름 모를 갖가지 풀들이 어우러진 산을 오르내리자면 그 좋은 냄새로 인해 저절로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보통 삼림욕이 좋다고 하는데 그것은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유해한 병균을 죽이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하며, 숲속의 계곡 물가에 많이 있는 음이온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순환을 돕는 등 문명병을 없애준다고 한다. 또한 나무가 울창한 숲속을 천천히 산보하는 것은 신체리듬을 회복시키고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하며 반사신경 등 운동신경을 단련시켜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파이낸셜뉴스 2005.07.16)

 

집 뒤로 올라가서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여러 갈래 길 중 한 곳을 택해 내려오기도 하고 올라가는 중간 길에 있는 산책로를 통해 등성이를 돌아 내려오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전경들이 두 명씩 보초를 서며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하고 길 안내도 하고 있다.

 

산에도 역시 사람들이 많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데 여러 번 가다보니 꾸준히 산에 다니는 사람들인지 어쩌다 한 번 온 사람인지 구별이 간다. 그것은 우리가 그 과정을 밟았기 때문이다. 운동화나 가벼운 외출용 신발을 신은 경우는 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작정하고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등산화를 신었다.

 

다니다 보면 산 곳곳에 '무속행위 금지' 플랭카드가 붙여진 곳이 있다. 주로 커다란 바위 밑인데 아마도 촛불 등을 켜기 때문에 산불 방지 차원에서 그런 것이리라 싶다. 인왕산이 있는 동네라서인가 거리 산책을 다니다보면 골목마다 은근히 점보는 무슨무슨 장군, 무슨무슨 선녀 같은 점보는 집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산에도 역시 평지의 공원이나 하천가 처럼 자치기관의 손길이 많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위험하거나 오르기 불편한 곳에는 적절한 줄이나 기둥들을 박아놓았고 군데군데 의자가 놓여 있어 쉴 수 있게 해 놓았으며 간편한 운동기구들을 설치해놓기도 했다.

 

다니다보니 인왕산 등산길을 구석구석 잘 알게 되었는데 가끔 길처럼 보여지는 곳이 있으면 새로운 길인가 싶어 가보는 때가 있다. 대개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가게 되는데 팔, 다리에 긁힌 자국을 남기기 일쑤다. 그래서 이제는 내 입에서 "어, 저기 길 같은데 가볼까?"라는 소리가 나오면 같이 가던 남편은 긴장을 한다. 남편 표현에 의하면 '고집이 세어서 합리적으로 생각해 아니라고 권해도 끝까지 가보는' 내 경향 때문에 불필요한 고생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것이 고생이라기보다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동반자의 역할이 이것은 아니다싶어 '새로운 길'에 대한 미련은 버리기로 했다.      

 

주위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주 등산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집 근처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산에 오르는 것이 예전에는 취미였는데 요즈음에는 그냥 일상사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역시 건강에 정성을 쏟는 요즘의 보기 좋은 풍속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Prayer should be our first response rather than our last resort.
 기도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첫 번째 반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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