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新풍속도(1) : 하천가 걷기

평화 강명옥 2005. 7. 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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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꾸준한 운동이다.
인후염, 위염, 장염 등의 염증에 만성피로, 신경통, 목과 허리 디스크 등의 통증, 게다가 작년부터는 현훈증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각종 증이 많다.

 

내게 적절한 것이 걷기 운동이라 집 근처 홍제천으로 자주 나간다.     
하천 양쪽으로 길이 정비되어 있고, 100미터마다 거리 표시가 되어 있으며 가로등도 제대로 되어 있다. 요즘은 도로 옆의 화단에 사루비아, 해바라기, 다알리아, 팬지, 베튜니아, 메리골드에 이어 코스모스까지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 눈과 코를 시원하게 해준다.

 

주로 오후나 저녁 먹고 나서 가게 되는데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오히려 거리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언젠가는 밤12시 가까이 되어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사람들이 걷고 뛰고 하고 있었다. 이제는 운동하는데 특정한 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둘이서 아니면 가족들이 다나와 그야말로 갖가지 복장과 모습으로 다양한 운동들을 한다. 주로 걷는 사람들이 많고 일부가 달리고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 정말 북적북적거린다. 하천가 한쪽에서 거리농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 군데군데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쉬는 사람들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기구에 올라 발을 흔들거나 팔을 올리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나노라면 하천가가 거대한 놀이터란 생각이 든다. 날이 가물고 맑은 날 밤에는 하천 가운데 마른 땅에서 고기 구워 먹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도 자랑스러운 거지만 한강변 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운동하고 놀 수 있게 된 것이 또 하나의 기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동네마다 있는 하천가를 정비, 개발해 놓은 것은 국민건강 증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하천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몇 시가 되었든지...

 

근년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균 수명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2002년 통계에 의하면 평균 77세이며 남자는 73.38세, 여자는 80.44세이며 이것은 20년 전인 1981년 평균 66.19세와 비교하면 거의 11년이 늘어난 것이다. 환갑을 기념하는 잔치를 하기에는 무언가 어색한 장수시대가 이미 도래하였다. 그렇게 된 데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건강 정보 확산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이 하천가 걷기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동네마다 넘쳐나는 헬스클럽, 어느 가정에서도 볼 수 있는 헬스기구들, 각종 언론매체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 - '비타민' 이나 '생로병사' 같은 - 의 인기 등도 함께 들어야겠지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표어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서 하천가를 걷고 있노라면 이렇게 하천가에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 건강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인가 움직이니 몸에 좋고 움직이다 보면 머리도 맑아지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되니 정신에도 좋고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되다 보니 가정의 평화에도 좋고...정말 다다익선이다. 

 

쓸모가 적고 접근성이 떨어졌던 하천가를 이렇게 쓸모 있는 곳으로 만든 정책은 정말 칭찬해줄 만한 업적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만들어내고 실천해 내는 것이야말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복이라는 생각이 하천가를 걸을 때면 들곤 한다.

오늘도 허리춤에 차고 간 만보기에 10,000이라는 숫자를 넘기며 그만큼 내 건강이 좋아졌으리라 믿는 그 생각만으로도 기운이 난다.  


 

Life is more than the things we store. 
 인생이란 우리가 축적하는 것들 보다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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