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이 얼마간 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날 아침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바로 인천공항으로 간 적이 있다. 일반 길에 비해
공항으로 가는 길은 어떻게 보면 한가한 듯 여겨져 괜히 마음 편하게 운전을 하게 된다. 그보다는 운전을 배운 후 혼자 운전대를 잡고 처음으로 간
길이 해외출장 다녀오는 남편 마중하러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00 킬로미터 이상 달리는 옆의 차들과 상관없이 혼자
50킬로미터 속도로 그것도 부들부들 떨면서 달렸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기던 아이가 처음으로 제 발로 서서 걷는 기분이 그랬을까
싶다.
공항에 들어서면 참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 그들을 전송하기 위해 또는 마중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만남의 순간까지 서성이는 곳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비행기 도착 시간보다 훨씬 먼저 도착한 터라 스낵 바에 들어가 녹차라떼를 시켜 한 모금씩 마시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출장으로 여행으로, 그리고 해외근무 시에는 손님전송 및 마중으로 업무 차 하루 몇 번씩도 드나들던 터라 익숙함에도 공항에 들어서면 바람이 마음 한 귀퉁이를 서늘하게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다되어 출입구 앞쪽 의자에 앉아 남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저절로 출입구 위에 걸려있는 전광판에 눈이 갔다. 출발지의 비행기가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쉼 없이 한국어로, 영어로, 일본어로, 중국어로 바뀌면서 반짝이는데 예전보다 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시간과 도시를 보다가 시선이 멈춘 것은 출발 '평양'이라는 줄에서였다. 이제 다른 나라 도시들과 같이 정식으로 평양으로 항공기가 가고 올만큼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는 이야기이겠다.
한가지 서글픔은 그것이 국내선에서가 아니라 국제선이 오가는 인천공항에서 봐야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인데 언제 '우리나라'가 되려는가? 과연 내가 살아있을 동안에 이루어질 것인가? 하긴 우리 자랄 적에 어디 북한 땅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던가?
이제 개성관광이 시작되고 평양 관광을 포함한 백두산 관광 길도 열린다고 한다. 세상을 향해 꼭꼭 닫힌 채 눈감고 귀 닫고 살 수 밖에 없던 북한으로 자유의 바람이, 풍요의 물결이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봄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함께 갔던 금강산 여행은 정말 많은 생각을 두고두고 하게 만들었다. 어려서 고무줄 놀이를 하며 불렀던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그러나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곳은 절대 갈 수 없는 어떤 피안 같은 곳이었었다. 중국에 있는 동안 백두산에 가보려고 하다가 다음해로 미루고 다른 곳으로 간 적이 있다. 이번에 길이 트인다니 휴전선을 넘어 평양을 둘러보고 백두산으로 가는 길을 가봐야겠다. 아니면 인천공항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갈지도 모르겠다. 아직 가보지 않은 평양은 어떨 것이며 백두산은 어떤 느낌으로 올 것인가?
Let your light shine-whether you're a candle in a corner or a lighthouse on a hill.
당신이 구석의 촛불이건 언덕 위의 등대이건 환한 빛을 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