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도 어김없이 매미들의 합창이 보통이 아니다. 새벽이면 빛에 자극을 받는 것인지 더 큰 매미 울음이 들리는데 여러 새소리들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이룬다. 이 때쯤이면 다른 새소리들은 그야말로 미약하게 들릴 정도이다. 작년 여름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온 후에 아침마다 요란하다고 생각할 만큼 큰 매미 소리에 잠이 깨고는 했다. 어쩌다 창문 바로 밑에서 울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을 정도였다.
매미(cicada)는 매밋과의 곤충으로 땅 속에서 보통 6-7년의 유충 즉 굼벵이로 지낸 뒤에 성충이 되는데 1-3주 만에 죽는다고 한다. 소리를 내는 것은 수컷으로 복부 기부 근처에 있는 진동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고 그것은 암컷을 유혹하고 동종의 개체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 약 2,000종의 매미가 보고되어 있고 호주,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더운 지방에 종과 수가 많으며 우리나라에는 15종의 매미가 서식하고 있단다. 특히 민간요법의 약으로 종교나 화폐의 상징으로 그리고 식품의 중요공급원으로 이용되어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여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가 매미 소리였을 만큼 주변에 많았었는데 한동안 잊고 살았다가 작년 이래로 매미 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흔히들 행동이 느릴 때 또는 그런 사람을 표현할 때 '굼벵이'라고 표현한다. 많은 곤충들의 유충이 모양도 비슷비슷하고 느리다는 것도 일반적일텐데 하필이면 왜 굼벵이일까 싶었는데 매미의 속성을 알고 나니 이해가 되는 듯도 하다. 매미가 성충이 되기 위해 유충으로 6-7년을 산다니 그것이 곤충으로서는 보통 느리고 길고 어려운 과정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렇게 인내해서 날개를 달고는 고작 1-3주라! 매미의 삶이 그야말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매미소리는 줄기차게 하루 종일 그칠 적이 없다. 비가 올 때 조금 조용해지는 정도이다. 오랜 시간을 침묵 속에서 기다려 온 탓에 짧은 기간에 존재를 알리며 온 몸으로 죽을 때까지(?) 울어대는 것 같기도 하다.
봄의 전령사가 제비이고 가을을 알리는 소리가 귀뚜라미라면 여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소리는 단연코 매미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녁에 하천 변으로 걷기를 하러 나가는 길에 벌써부터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밤까지 힘들게 하는 무더위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만 같은데도 계절은 오는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더위를 식혀주는 듯 들리는 매미들의 합창이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생명의 환희를 알리고 그 대를 이어가는 삶의 축제로 여겨진다. 제대로 된 성충이 되기 위한 오랜 기간의 인내.....내가 이리도 여러 가지를 참고 겪고 살아오는 것은 무엇을 알리기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이며 무엇이 되기 위한 것인가?
Be ready for your last moment by being ready every moment.
매 순간을
준비함으로써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라